대법관 2석 공백에 소부 구성 긴급 조정
대법원이 대법관 두 자리의 공백으로 인해 소부 구성을 긴급하게 재편했습니다. 이흥구 대법관의 퇴임과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공석으로 인해, 소부 3부는 정원 절반인 두 명만 남게 되면서 심리 정족수 미달 위기에 처했는데요. 이에 조희대 대법원장은 엄상필 대법관을 2부에서 3부로 이동시켜 최소 심리 인원인 세 명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12명이 담당해야 할 사건을 당분간 10명이 나누어 맡게 되면서, 개별 대법관의 업무 부담은 불가피하게 커질 전망입니다. 특히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과 한덕수·이상민 전 장관의 내란 사건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주요 전원합의체 사건들이 대기 중인 상황이라 재판 지연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청와대와 엇갈린 제청권 행사
공백 사태가 장기화된 데에는 대법원장과 청와대의 제청권 갈등이 깊게 얽혀 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달 관행을 깨고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서면으로 제청했으나, 청와대는 절차적 완결성 부족을 이유로 반려하고 재제청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부친상 등으로 입장 발표를 미루면서 재제청 절차가 사실상 멈춰 섰는데요.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향해 제청권 정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추천위원회가 이미 추천한 후보 가운데 신속하게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볼모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당장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으로 제청된 김성수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될 예정이지만, 노태악 전 대법관의 자리는 여전히 공석으로 남아 있습니다.
퇴임사에 담긴 사법부의 자성론
이런 가운데 이흥구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사법부의 침묵을 강하게 비판하며 자성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법원이 말해야 할 때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결국 말할 기회조차 잃게 된다고 지적했는데요. 일각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내란 진압 과정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단죄 과정에서도 미온적으로 대처해 국민적 불신을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흥구 대법관은 사법부가 불신의 원인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이를 해소하려는 미래지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대법원은 인력 공백 속에서도 굵직한 사건들의 심리를 앞두고 있어, 사법부를 둘러싼 갈등과 부담은 당분간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