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판을 뒤흔든 인간의 한 수
세계 랭킹 1위 신진서 9단이 인공지능 카타고를 상대로 값진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지난 17일 제1국에서 완패한 뒤 이틀 만에 열린 제2국에서 4집 반 차이로 설욕에 성공한 건데요. 전투를 피하고 냉정하게 전략을 운영한 정공법이 통한 순간이었습니다.
신 9단은 대국 후 인터뷰에서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마음을 다잡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특히 제1국의 패인을 철저히 분석해 변칙수에 흔들리지 않는 대응책을 세웠고, 중반 강수와 끝내기에서 손해 없이 국면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홍민표 국가대표 감독은 이번 대국에 쏟은 시간과 열정이 신 9단의 대국 역사상 가장 컸다고 전했습니다.
경기 회복 뒤 드리운 AI 그림자
바둑에서는 인간이 AI를 이겼지만, 현실 경제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우리나라 1인당 GDP는 3만 9,164달러에 육박하며 5년 만에 최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내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4만 달러 돌파도 예상되는데, 이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결과입니다.
하지만 거시경제의 빛나는 성과와 달리 청년들의 고용 상황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올해 2분기 대졸 이상 청년 실업자는 48만 1,000명으로 2021년 이후 5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기업들이 경력직 위주로 채용을 전환하고 AI가 신입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사회 초년생들이 가장 먼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4년간 15~29세 일자리는 25만 5,000개 줄었으며, 취업 무경험 실업자도 4만 8,000명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공존을 모색해야 할 때
이처럼 AI는 바둑판에서는 인간의 라이벌이 되어 경기력을 끌어올렸지만, 노동시장에서는 구조적 실업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한 추가 세수를 청년 일자리 확충에 대규모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AI 관련 전문 인력 양성과 경력 개발 지원도 함께 준비하고 있는데요.
AI 시대에 인간의 역할은 단순한 대립을 넘어 새로운 협력 관계를 찾는 데 있습니다. 신진서 9단이 보여준 것처럼 AI의 장기를 분석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이 중요해진 것이죠. 경제 성장의 과실이 청년 세대까지 고르게 닿기 위해서는 기술 발전과 인재 양성이 균형을 이루는 정책이 절실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