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시스템의 경고등
파주시 전역을 강타한 46시간의 대규모 단수 사태가 드디어 막을 내렸습니다. 14일 새벽 고양시 덕이동에서 시작된 광역송수관 누수는 단순한 시설 노후화 문제를 넘어 지자체와 공기업 간 협력 체계의 근본적인 결함을 드러냈습니다. 17만 가구가 물 한 방울 받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는 파주시의 행정 시스템 전체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보여주고 있죠.
누가 먼저 알아챘을까
사고는 지난 14일 오전 6시 30분경 고양시 덕이동에서 시작됐습니다. 한강하류권 4차 급수체계 조정사업 중 1천㎜ 대형 송수관에서 누수가 발생했지만, 한국수자원공사는 파주시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공사는 오전 8시에 교하 및 월롱배수지로 향하는 상수도관 밸브를 일방적으로 차단했고, 파주시는 한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간접적으로 사고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런 소통 단절이 초기 대응을 늦추고 피해를 키운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파주시는 수자원공사에 밸브 차단에 대한 사전 협의를 요청하고 배수지에 물을 채우는 시간을 벌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배수지 수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오후 12시 24분에 단수 예고 문자를 발송할 수밖에 없었죠.
시민들의 사흘 째 고통
단수 사태가 가장 극심했던 시기는 김장철과 맞물렸습니다. 많은 주민들이 김장 계획을 취소하거나 생수를 구하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했고, 특히 노년층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은 더 큰 어려움에 처했습니다. 파주시가 교하도서관과 파주스타디움에서 생수를 배급했지만, 추운 날씨에 오랜 시간 대기해야 했고 충분한 양이 지원되지 못해 아예 물을 받지 못한 시민들도 있었습니다.
카페 운영자들은 영업 중단과 재료 폐기로 매출 감소를 겪었고, 일반 가정에서는 물탱크와 보일러 고장으로 예상치 못한 수리비 부담이 생겼습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화장실 사용마저 어려워져 인근 공중화장실을 찾는 불편까지 발생했습니다. "물은 생명이며 기본권"이라는 정의당 김찬우 위원장의 지적처럼,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시민의 기본적 권리가 침해된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책임 논란과 재발 방지 과제
고준호 의원은 이번 사태를 '행정 붕괴'로 규정하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특히 파주시가 2021년부터 노후 관로 문제를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하게 비판했는데요. 실제로 파주시는 2021년, 2023년,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관로 교체 사업이 지연된 배경에 대한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파주시 측은 수자원공사의 일방적인 밸브 차단이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하는 반면, 수자원공사는 긴급 상황에서의 필요 조치였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상반된 주장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사태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 개선 작업입니다.
현재 파주시는 사고 통보 체계 개선, 밸브 조작 시 사전 협의 절차 강화, 수질 안전성 확보, 시민 안내 체계 보완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우려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단수는 해소되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탁수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수질 검사를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향후 파주시의회는 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통해 진상 규명에 나설 전망입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국 지자체들의 상수도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 작업이 필요해 보입니다. 물 공급 시스템은 도시 기능의 핵심인만큼, 이번 파주 사태가 전국적인 점검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