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앞둔 실수요자의 비상사태
하반기 입주를 앞둔 약 7만 가구가 잔금대출을 받지 못해 비상에 걸렸습니다. 실거주 목적으로 분양받은 입주자조차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 주재 토론회에서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 입주 예정자가 대출 불가로 입주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하면서 문제가 표면화되었습니다. 금융당국은 5대 은행과 회의를 열어 잔금대출이 차질 없이 집행되도록 요청했고, 신한은행은 해당 단지에 1,000억 원의 한도를 추가 배정하는 등 긴급 조치에 나섰습니다.
부채 관리와 주거 안정의 충돌
문제는 가계부채 억제와 주택 공급 확대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가 정면 충돌한다는 데 있습니다. 하반기 잔금대출 수요는 26조 원 규모로 추산되며, 신규 여신만 3조 7천억 원에서 11조 원에 달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상회할 수 있습니다. 집단대출을 총량규제 예외로 인정하면 규제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게다가 분양 단지 입주자는 예외를 적용받지만 기존 주택을 개별 매수한 실수요자는 규제를 그대로 받는 형평성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핀셋 지원'의 한계와 남은 과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대출 규제 완화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해 주거 사다리를 멀어지게 할 수 있다며 총량규제 기조 유지를 강조했습니다. 잔금대출 차단은 정책 변경이 아니라 은행이 총량 관리를 더 조였기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죠. 대신 청년과 서민 등 실수요자를 위한 핀셋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전세대출은 비거주 1주택자 제한 등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다만 투기와 실수요를 명확히 구분할 기준이 부족해 정책 집행에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부채 관리와 실수요자 보호 사이에서 당국의 딜레마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