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사태가 몰고 온 실적 충격
SK텔레콤이 올해 3분기 실적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0.9% 급감한 484억원에 그쳤고, 별도 기준으로는 52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습니다. 이번 실적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4월 발생한 대규모 유심 해킹 사고의 후속 처리 비용 때문입니다.
해킹 사태 이후 약 80만 명의 가입자가 이탈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5000억원 규모의 고객 감사 패키지를 시행해야 했습니다. 통신요금 50% 할인과 파리바게뜨 할인 혜택 등이 포함된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매출이 12.2% 감소한 3조978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더욱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인 1348억원의 과징금도 부과되면서 당기순손실 1667억원이라는 적자로 전환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주주환원 정책에도 변화의 바람
실적 악화의 영향은 배당 정책에서도 나타났습니다. SK텔레콤은 3분기 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2021년 2분기 분기배당을 도입한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회사 측은 주주환원 약속 자체는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의 경영 환경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투자자들과의 신뢰 관계 유지를 위해 투명한 소통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김양섭 CFO는 "고객 신뢰 회복과 AI 사업 성과 창출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고 말하며 미래 지향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번 배당 미실시 결정은 단기적 실적 악화에 대응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됩니다.
통신사업 회복과 AI 성장 동력
한편으로는 희망적인 신호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유무선 통신 사업에서는 5G 가입자가 1726만명으로 침해 사고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약 24만명의 가입자가 증가했고,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도 순증으로 전환되었죠. 이는 통신 서비스 본업의 회복탄력성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AI 사업에서는 더욱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판교 데이터센터 인수 효과와 GPU 임차지원 사업 수주에 힘입어 149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AIX(인공지능 전환) 사업도 557억원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AWS와는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구축 중이고, 오픈AI와도 서남권 전용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도 확장하고 있습니다.
신뢰 회복을 위한 대규모 투자
SK텔레콤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정보보호 체계 강화입니다. 향후 5년간 총 7000억원을 투자해 '제로 트러스트' 기반의 보안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제로 트러스트'란 기본적으로 아무도 신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검증하는 보안 철학을 의미합니다.
에이닷 서비스도 A.X4.0과 GPT-5 적용으로 대화 품질을 개선하고 티맵과의 연동을 통해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기업용 AI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를 위해 '에이닷 비즈' 중심의 사업 전략을 펼치고 있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국내 AI 생태계 조성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 찾은 새로운 기회
증권가에서는 4분기부터 실적이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하나증권은 4분기 연결 영업이익을 4785억원으로 예상하며 이동전화 매출 정상화와 유심 관련 비용 환입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전사 AI 역량을 AI 사내회사(CIC)로 재편하며 AI 중심의 사업 구조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현재 SK텔레콤이 직면한 도전은 단순히 실적 회복을 넘어서 디지털 신뢰 시대에 통신사가 갖춰야 할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해킹 사태라는 위기가 오히려 체질 개선과 미래 사업 전환의 계기로 작용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