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7천억 원을 건 미국 방산 베팅
한화가 호주 방산 기업 오스탈의 미국 사업부를 품에 안으려 하고 있습니다. 제시된 인수 가격은 최대 12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 7천억 원에 달하는데요. 이미 오스탈 지분 19.9%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한화는 이번에 미국 법인 운영자산 100%를 직접 인수하며 북미 조선 및 방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번 인수 대상인 오스탈 USA는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에 본거지를 둔 조선업체입니다.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에 연안전투함과 원정고속수송함 등을 납품해 온 전통의 방산 업체로, 최근에는 제너럴다이내믹스와 손잡고 버지니아급과 컬럼비아급 핵추진잠수함의 핵심 모듈을 생산하고 있죠.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한화는 미국 핵잠수함 공급망의 핵심 고리를 직접 확보하게 되는 겁니다.
필리조선소에 이은 두 번째 교두보
한화의 이번 움직임은 지난해 말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 인수에 이은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당시 한화는 미국 동부에 생산 거점을 마련했고, 이번에는 남부의 오스탈 USA를 더하면서 미국 동부와 남부를 잇는 복수의 조선 인프라를 구축하게 됩니다. 이런 구도는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조선업 재건 기조와도 맞닿아 있는데요.
사실 한화는 한미 간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의 거점으로 필리조선소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오스탈 USA를 연계하면 상선은 물론 군함 건조와 유지·보수·정비 사업에서 현지 생산 능력을 강조하며 수주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 함정을 직접 만들어야만 하는 법적 규제가 있는 만큼, 현지 생산 거점은 사업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입니다.
규제 벽을 넘어야 하는 과제
당연히 거래 성사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습니다. 한화가 제안한 비구속적 인수안은 4주간의 실사를 거쳐 오스탈 이사회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와 국방방첩보안국 등 관계 당국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요.
반대로 이번 인수가 무산될 경우, 한화의 미국 방산 시장 진출 전략에 상당한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수에 성공한다면 한국 조선업이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에서 단순 부품 공급을 넘어 핵심 플랫폼 건조와 잠수함 모듈 생산까지 아우르는 역사적인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미국 해군의 전력 증강 기조와 조선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화의 이번 베팅은 단순한 기업 인수를 넘어 지정학적 공급망 재편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