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개요와 업계의 우려
정부가 올해 7월부터 시행 예정인 '일괄 약가 산정' 기준을 발표했다. 동일 제제 11번째 품목 등재부터 기존 약가에서 5%p씩 감액하는 방안이다. 기존 21번째부터 15% 인하였던 것에 비해 훨씬 앞당겨진 조치다. 업계는 이로 인해 제네릭 위수탁 구조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위수탁은 영업력은 있으나 생산 시설이 부족한 기업이 타사에 생산을 맡기는 방식이다. 약가가 낮아지면 위탁 티켓의 매력이 떨어져 위수탁 시장이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1+3' 생동 허여 움직임이 위축되고, 수탁사의 수주 어려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약가 경쟁 과열 방지 명목으로 제네릭 출시를 제한하는 것은 의약품 산업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킨다"고 우려한다.
학술계까지 번진 충격파
약가 인하의 영향은 의학계 학술 생태계까지 미치고 있다. 제약사들이 학술대회 후원 규모를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학술대회 예산의 60% 이상을 제약사 후원금에 의존하는 학회가 많다. 지방 의사회나 하위 학회부터 후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해외 연자 초청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번 약가 인하로 제약사들이 긴축에 들어가면서, 학술 교류와 임상 연구 활성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학술대회 후원 축소는 단순히 행사 규모가 작아지는 수준을 넘어, 한국 의학계의 국제적 위상까지 위협할 수 있다.
신약 개발로의 전환, 과연 가능할까
복제약 가격 인하가 단기적으로 제약사들의 수익을 감소시켜 R&D 투자 여력을 더욱 줄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이 25.3%로 OECD 평균 32%보다 낮은 상황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 심화를 통해 혁신적인 신약 개발을 유도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정부도 제네릭 의존에서 벗어나 신약 개발로의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과거 특허 만료 후 제네릭 출시를 겪은 제약사들은 학회 후원을 축소한 뒤 신약 개발에 집중한 사례가 있다. 이번 약가 인하가 제약업계의 체질 개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규제 완화, 그리고 제약사들의 적극적인 R&D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IT 기술과의 융합, 디지털 헬스케어, AI 신약 개발 등 혁신적인 접근도 모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