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공정이 반도체의 새로운 승부처
반도체 산업의 경쟁 무대가 전공정에서 후공정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습니다. 최근 회로 미세화가 물리적·비용적 한계에 다다르면서, 여러 칩을 연결해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이는 첨단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9일부터 사흘간 인천 송도에서 열린 KPCA SHOW 2026에서는 이런 변화를 뒷받침할 신기술과 인재 양성 모델이 함께 조명되었습니다.
사실 후공정의 부상은 단순한 기술 흐름을 넘어 산업 전체의 지형 변화를 의미합니다. 패키징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관련 장비와 소재, 그리고 이를 운용할 전문 인력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요. 이번 전시회에서는 장비 기업의 사업 확장과 대학의 실무 교육 혁신이 동시에 포착되었습니다.
장비 업계, 유리기판 핸들링으로 영역 확대
검사·자동화 장비 전문기업 팸텍은 KPCA SHOW 2026에서 반도체 패키징 공정 자동화를 위한 신제품을 공개하며 사업 확대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대면적 유리기판을 안정적으로 이동하고 정밀 제어하는 PLP용 핸들링 로봇·시스템과 함께, 반도체 및 전자부품의 고온·저온 테스트 환경을 구현하는 휴대형 펠티어 시스템을 선보였는데요.
팸텍이 주목한 패널 레벨 패키징(PLP)용 유리기판 핸들링 분야는 기존 검사·자동화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규 성장 동력입니다. 기판의 이송과 자세 제어, 공정 간 연계를 지원하는 이 장비는 고객사 환경에 맞춰 최적화된 자동화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장성이 있습니다. 팸텍은 전시 현장의 고객 요구사항을 반영한 공동 개발을 확대해 반도체 장비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입니다.
대학가, 실무형 인재 양성에 속도
장비 기술이 발전하려면 이를 다룰 인재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호서대학교가 구체적인 교육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호서대는 같은 전시회에서 반도체 후공정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첨단 패키징 교육 시스템을 공개했습니다. 전용 클린룸 2곳과 20여 종의 후공정 장비를 갖춘 반도체 패키지 LAB에서 학생들은 웨이퍼 절단부터 칩 접합, 전기적 연결, 몰딩, 검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실제 장비로 직접 수행합니다.
이 교육의 핵심은 공정 데이터를 직접 분석하며 실무 역량을 익히는 데 있습니다. 호서대는 1996년 반도체 장비 국산화 연구센터 설립을 시작으로 세메스 등 20여 개 기업과 산학협력을 이어왔고, 2022년 반도체 전공트랙 사업과 2023년 반도체특성화대학 사업에 연이어 선정되며 교육 체계를 패키징 분야에 집중시켜왔습니다. 또한 명지대학교와 공동학위 체계를 구축해 명지대는 전공정, 호서대는 후공정을 각각 특화한 교차 수강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호서대는 정규 교육과 재직자 교육을 연계해 천안·아산 지역 반도체 후공정 산업 기반과 대학의 연구 역량을 연결할 방침입니다. 산업계의 기술 개발과 학계의 인재 양성이 동시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의 후공정 경쟁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