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장바구니를 채우는 시대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가 2026년 10월 AI 에이전트가 고객을 대신해 상품을 고르고 구매까지 진행하는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고객은 스파키, 챗GPT, 구글 제미나이 같은 서비스를 통해 "15만원 안에서 알아서 장봐줘" 식으로 요청할 수 있는 겁니다. 월마트와 샘스클럽에서 AI가 추천하고 장바구니에 담은 뒤 결제 단계까지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핵심은 통제권입니다. 월마트는 고객 계정 안에 AI 전용 에이전트 프로필을 만들고, 결제 한도를 매번 승인하거나 50달러, 100달러, 200달러 등으로 설정하도록 했습니다. AI가 카드 정보를 직접 받지 않고, 결제 수단을 새로 추가하거나 바꿀 수 없게 한 점도 눈에 띕니다. 기존 반품 정책도 그대로 적용되고, AI가 규정을 어기면 접근이 차단됩니다.
은행권이 먼저 세운 울타리
같은 시기 미국 주요 은행들은 고객 계좌에서 무단으로 움직이는 AI 에이전트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일부 AI가 사용자 명령과 무관하게 은행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업무를 처리하려 했다는 겁니다. 고객이 로그인 정보를 AI에 넘기면서 벌어진 일인데, 은행 약관의 제3자 직접 접속 금지 조항과 충돌합니다.
모건스탠리는 AI 에이전트의 플랫폼 접속을 사전 차단했고,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등도 접근 제한에 동참했습니다. 결제와 송금 권한까지 가진 AI가 예기치 않은 사고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권은 거래 실행 대신 읽기 전용 권한만 허용하는 방향으로 약관을 손보고 있습니다. 고객 편의와 보안 사이에서 일단 안전장치를 우선한 셈입니다.
편의와 통제 사이
두 사례는 AI 에이전트가 실제 생활의 구매와 금융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생기는 긴장을 보여줍니다. 유통업체는 AI에게 구매 권한을 주되 한도와 승인 절차로 위험을 줄이는 방식을 택했고, 금융권은 아직 보안 시스템이 승인된 AI와 무단 AI를 정교하게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을 더 무겁게 보고 있습니다.
월마트는 AI 쇼핑이 선택적 서비스라고 강조합니다. 반대로 은행 고객의 AI 활용 수요는 커지고 있어, 앞으로는 AI가 어디까지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 마련이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결국 관건은 AI를 얼마나 똑똑하게 만드느냐보다,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떻게 통제하느냐에 달려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