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도 식지 않는 열기
설 연휴 첫날인 2월 14일, 서울 도심은 명절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습니다. 서초구 대법원 앞과 강남구 신논현역, 광화문광장 등지에서는 서로 다른 정치적 주장을 내건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습니다. 촛불행동을 비롯한 진보 성향 단체는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과 ‘윤석열 전 대통령 사형 선고’를 외쳤고, 자유대학 등 보수 성향 단체는 ‘윤석열 전 대통령 무죄 석방’을 요구하며 행진했습니다. 명절이라는 특별한 날에도 양측의 대립이 잠시도 멈추지 않으며, 사회의 깊은 갈등이 여실히 드러난 날이었습니다.
집회 현장은 각각 수백 명에서 최대 수천 명 규모로 추산되며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했습니다. 촛불행동 측은 내란 청산과 사법 개혁을 촉구하며, 오는 19일 예정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선고 공판에서 사형 선고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대편에서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참가자들이 ‘윤어게인’을 외치며 무죄 선고와 즉각 석방을 요구했습니다. 같은 시간, 같은 도시 안에서 정반대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지는 이례적인 광경이 펼쳐졌죠.
집회 뒤에 놓인 재판의 그림자
이 같은 집회가 격렬하게 벌어진 배경에는 현재 진행 중인 내란 관련 재판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바로 전날인 13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데 이어 곧바로 항소장을 제출한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재판부는 그가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특정 언론사에 단전·단수를 지시한 행위를 내란 중요임무 종사로 판단했습니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려 한 점에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이상민 전 장관의 판결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선고된 징역 23년과 비교되며 법조계 내에서도 양형 차이에 대한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두 사건 모두 같은 ‘12·3 비상계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재판부에 따라 책임과 형량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 셈입니다. 이런 재판 결과들은 집회 현장의 주장에 직접적인 연료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내란 세력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재판 자체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지요.
선고일을 앞둔 예측 불가의 향방
모든 관심은 이제 2월 19일로 쏠려 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리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이날의 판결 결과는 현재의 대립 구도를 한층 더 격화시킬 수도, 아니면 일시적인 침체로 몰고 갈 수도 있는 중요한 변수입니다. 양측 모두 선고일에 맞춰 추가 집회를 예고하며 최종 판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습니다. 촛불행동은 같은 날 대법원 앞에서 다시 긴급 촛불대행진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법원의 판결이 어떤 방향으로 나오든, 그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입니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찬반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고, 70만 명을 넘는 관련 청원이 진행되는 등 사회적 관심과 갈등이 고조된 상태입니다. 사법부의 판단은 단순히 한 개인의 운명을 가르는 것을 넘어, 한국 사회가 과거 사건을 어떻게 규정하고 어떤 미래로 나아갈지에 대한 방향타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명절의 평화로움과는 대비되는 이 정치적 소용돌이가 언제 진정될지는 아직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