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판으로 가려진 파리 명품가
프랑스 파리에서 24일 대규모 시위가 예고되면서 도심 상점가가 방어 태세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17~18일 폭동으로 3,000개가 넘는 상점이 약탈당하고 2,500명 이상이 체포된 뒤로 상인들의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데요. 파리 15구 대형 마트를 비롯해 명품 거리와 일반 점포 곳곳에서 쇼윈도에 나무 합판을 설치하는 작업이 이어졌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상인들의 자체 무장입니다. 최루액 분사기(약 50유로)와 권총형 발사기(약 500유로) 수요가 이전보다 8~10배 급증했는데요. 최루액은 별도 허가 없이 살 수 있다 보니 "국가가 지켜주지 못하니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문화부는 루브르와 오르세, 피카소 미술관을 폐관했고 아트 바젤 파리도 조기 폐장했습니다.
시위 금지령을 둘러싼 공방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4일 전국 주요 도시에 시위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다만 노조가 주도하는 시위는 예외로 뒀는데, 사전 조율이 가능하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힙니다. 엘리제궁과 의사당, 루브르, 샹젤리제, 바스티유 광장 등이 금지 구역에 포함됐고 일부 지역에는 야간 통금도 시행됩니다.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헌법상 자유 수호협회 등은 국사원에 자유권 긴급심판을 청구했고, "시위 권리가 노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차별적 조치라고 비판했습니다. 한 대학 교수는 대통령이 헌법적 권한을 넘어섰다고 지적했고, 학생 단체는 24일 대규모 시위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폭력 예방이라는 명분과 집회의 자유라는 원칙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국면입니다.
여행객과 시장까지 번진 파장
여파는 국경 밖으로도 퍼지고 있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10월 2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출발하는 파리행 항공권의 환불·변경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는데요. 여행 커뮤니티에서는 취소를 고민하는 글이 잇따르고, 업계는 대체 일정을 짜며 대응하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의 반응은 더 민감합니다. 프랑스의 5년 만기 CDS 스프레드는 연초 29.74bp에서 10월 89.8bp로 세 배 가까이 뛰었고, 10년물 국채 금리도 2002년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었습니다. 국가부채가 GDP의 120%에 이르는 상황에서 정치적 불안까지 겹친 겁니다. 무디스가 23일 등급을 재심사할 예정인 만큼, 당분간 파리는 거리와 시장 모두 예의주시하는 시간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