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임명식 같은 격려
코조 최 주한 가나 대사의 연설이 한국과의 평가전을 앞둔 가나 선수단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습니다. 한국 태생에 가나에서 성공한 기업가인 최 대사는 "여러분은 작은 존재가 아니라 한국에 파견된 가나의 대사"라고 선언하며, 핵심 선수들이 대거 빠진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하도록 독려했습니다. 그의 감동적인 연설은 경기 후 가나 축구협회를 통해 공개되며 축구팬들의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이 같은 격려 속에서 펼쳐진 한-가나 평가전은 결과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한국은 이태석의 헤더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두며 2026 월드컵 포트2 배정을 확정지었지만, 경기 내용에 대해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답답했던 9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모인 3만 3천여 관중 앞에서 펼쳐진 경기는 한국에게 쉽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전반전 한국은 단 한 번의 슈팅만 기록할 정도로 공격 진영에서 답답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홍명보 감독이 옌스 카스트로프와 권혁규를 중원에 배치한 새로운 조합은 기대만큼의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가나 역시 모하메드 쿠두스, 토마스 파티 등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결장한 '2군'에 가까운 전력이었습니다. 일본과의 경기에서 추가 부상자가 발생해 선수 19명만으로 한국에 맞선 상황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나는 빠른 스피드와 강력한 피지컬로 한국의 수비진을 여러 번 흔들었습니다.
후반 18분, 이강인의 정확한 크로스를 이태석이 헤더로 연결하며 결승골이 터졌습니다. 이는 이태석의 A매치 데뷔 13경기 만에 터진 첫 골이었고, 두 선수는 과거 '날아라 슛돌이' 프로그램에서 함께 뛰었던 인연이 있습니다. 이태석은 경기 후 "강인이 형한테 밥 사야죠"라고 농담 섞인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승리 속에 가려진 우려
가나의 오토 아도 감독은 경기 후 일본과 한국을 비교하는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일본은 브라질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쳤고, 한국은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두 팀 간의 격차를 직설적으로 지적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일본은 최근 브라질을 2-1로 꺾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오프더볼 움직임'의 부재로 지목됩니다. 선수들이 공 없이 움직이는 움직임이 부족해 공격 전개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김진규 선수는 "대표팀에서는 직접 공을 받아 플레이하는 비중이 높다"고 말할 정도로,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손흥민은 부상으로 인한 담 증상에도 불구하고 소속팀 LAFC의 조기 복귀 요청을 거절하고 국가대표팀을 선택했습니다. 그는 "나라를 대표하는 자리가 최우선"이라며 애국심을 드러냈지만, 경기장 잔디 상태와 공격 전개의 부족함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시했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길
이번 2연승으로 한국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포트2에 진입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조 추첨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해주는 의미 있는 성과입니다. 하지만 관중 동원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한 것은 팬들의 실망감을 반영하는 듯합니다.
홍명보 감독은 스리백 전술 실험과 새로운 선수 기용을 통해 월드컵 본선을 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실험들이 아직 완성도 있는 경기력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특히 황인범, 백승호 등 주전 미드필더들의 공백이 크게 느껴졌던 이번 경기는 중원 운영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습니다.
한국 축구는 승리라는 결과만큼이나 과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포트2 확정이라는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강팀들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