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패권 경쟁 속 1,300조 원 협력의 무게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남미로 향하는 긴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샘 알트만 오픈AI CEO 등 글로벌 AI 기업 수장들을 연이어 만났는데요. 이 자리에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국가가 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특히 총 9,5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300조 원에 달하는 반도체 협력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한국의 위상이 한층 공고해졌습니다.
삼성전자는 브로드컴과 5년간 2,000억 달러 규모의 첨단 메모리 공급 및 파운드리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SK그룹은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7,500억 달러 규모의 장기 공급 협력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현대차그룹까지 엔비디아와 손잡고 AI 로봇 개발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하면서 반도체를 넘어 물리적 AI까지 협력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당연히 이런 성과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서는 의미를 갖습니다. AI 인프라 확보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한국이 설계와 제조, 데이터센터까지 아우르는 공급망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반면 이 대통령은 실리콘밸리의 주요 벤처투자사 대표들과도 따로 만나 K-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습니다. 투자와 창업이 활발한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약속과 함께, 한미 관계를 안보 동맹을 넘어 기술과 혁신 동맹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소년공 출신 대통령들이 만나는 브라질
미국 일정을 마무리한 이 대통령은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로 이어지는 남미 순방길에 올랐습니다. 첫 방문지인 브라질에서는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과의 국빈 방문 일정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두 정상은 소년공 출신이라는 비슷한 삶의 궤적으로 각별한 유대감을 쌓아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단순한 교역을 넘어서는 협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은 남미 공동시장인 메르코수르의 주도국이자 중남미 최대 방산시장입니다. 이 대통령은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 재개를 집중적으로 추진하며 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입니다. 또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한 브라질과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습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식량과 에너지 수입원 다변화를 위한 논의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이번 남미 순방은 기존 주요국 중심의 외교에서 벗어나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려는 실용 외교의 연장선으로 풀립니다. 브라질 이후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방문하며 핵심 광물 협력과 경제 협력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목표입니다.
기술 동맹과 공급망 외교의 향방
이번 순방에서 드러난 정부의 외교 전략은 꽤 명확합니다. 미국에서는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 동맹을 공고히 하고, 남미에서는 광물 자원과 시장 접근을 겨냥한 경제 협력을 동시에 추진하는 겁니다. 이 대통령은 동포 간담회에서 한국의 반도체 공장 없이는 세계 산업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언급할 정도로 자신감을 드러냈는데요. 이런 발언은 단순한 자부심이 아니라 실제 공급망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9,500억 달러 규모의 협력이 실제 계약과 투자로 이어지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관련 정책 역량을 집중해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결정은 시장 상황과 기술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유동적일 수 있습니다. 브라질과의 핵심광물 협력 역시 구체적인 계약 조건과 공급망 구축 과정에서 여러 변수가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이번 순방은 한국이 AI 시대의 핵심 공급국이자 글로벌 사우스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는 이중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자리였습니다. 앞으로 이 약속들이 어떤 성과로 결실을 맺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