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신약, 국가적 목표로 부상
보건복지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손을 맞잡고 제약바이오 벤처의 본격적인 육성에 나섰습니다. 핵심 목표는 명확합니다. 연 매출 10억 달러(약 1조 3천억 원) 이상의 '블록버스터(대히트) 신약'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을 키우는 것이죠. 양 부처는 지난 3월 24일 합동 정책간담회를 열고 '제약바이오벤처 육성 전주기 협업방안'을 공개하며, 2030년까지 제약바이오 기술 수출 30조 원 달성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이번 협업은 글로벌 의약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한국이 기존의 복제약 중심에서 혁신 신약 개발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 과정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이미 상당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술 수출액은 역대 최대인 21조 원을 기록했고, 의약품 수출액도 1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양적 성과가 아직 '블록버스터'라고 불릴 만한 단일 제품의 상업적 성공으로 직접 연결되지는 못했다는 점입니다. 신약 개발은 초기 연구부터 임상 시험, 허가,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필요한 '고위험·장기전' 구조라, 유망한 기술을 가진 벤처라도 중간에 자금이 끊기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의 이번 협업은 바로 이 취약한 고리를 부처 간 연계 지원으로 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4UP 전략으로 성장 사다리 이어붙이기
구체적인 실행 전략은 '4UP 전략'으로 압축됩니다. 첫 번째는 '스케일업'으로, 민간 투자 유치와 정부 R&D 지원을 연계하는 것입니다. 복지부가 R&D 유망 기업을 발굴하면 중기부가 투자 유치를 돕고, 민간 투자를 유치한 기업에는 최대 30억 원 규모의 추가 R&D 자금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이어달리기형 지원'을 강화합니다. 기술보증도 확대해 자금 조달의 문턱을 낮출 계획입니다.
두 번째 '스피드업'은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을 촉진해 개발 속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국내 벤처와 글로벌 대형 제약사 간의 기술 이전 협상을 단계별로 지원하고, 해외 진출 거점을 연계합니다. 국내에서는 AI 벤처와 제약 벤처, 대기업 제약사와의 협력 연구를 새롭게 지원할 예정입니다. 세 번째 '레벨업'은 산업 생태계를 고도화하는 것으로, 전국에 흩어져 있는 연구 장비와 데이터를 공동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현장에서 제기되는 규제 장벽을 개선하는 과제를 발굴합니다.
마지막 '시너지업'은 부처 합동으로 기존 정책의 공백을 메우는 신규 사업을 기획하는 것입니다. AI를 활용한 제약바이오벤처와 제약사의 공동 R&D 사업을 신설하고, 기술 개발부터 사업화 전략 수립, 글로벌 진출까지 한 번에 지원하는 'K-바이오 기술사업화 함께달리기' 프로그램을 도입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를 통해 창업 초기 단계의 벤처가 필요한 지원을 끊김없이 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에요.
현장의 요구: 규제 개선 없인 진정한 도약 어려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방안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신중합니다. 간담회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자금 지원과 함께 규제 개선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특히 지적받는 것은 코스닥 상장 유지 조건 중 하나인 '법차손(법정 손실)' 규제입니다. 신약 개발에 막대한 R&D 비용이 소요되는 바이오 벤처의 특성상, 상장 후에도 당분간 적자를 기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기업들이 상장 유지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특례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한국만의 독특한 ‘갈라파고스 규제’”**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엄격한 임상 시험 허가 기준도 해외 진출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일부 기업들은 국내 임상 시험 승인을 기다리기보다 해외에서 먼저 시험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시간과 비용을 추가로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정부는 이러한 현장의 요구를 인지하고 있으며, 한성숙 중기부 장관과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금융위원회를 포함한 관계 부처와 규제 개선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술과 자금 지원이라는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서도, 규제라는 '브레이크'가 완화되지 않으면 진정한 산업의 도약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