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고립 반대와 이란 우라늄 제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5월 20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양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강조하며 외교적 고립·경제 제재·무력 압박 등 북한을 위협하는 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특히 이번 성명에는 북한 비핵화 관련 내용이 빠져 주목받았는데요. 같은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때는 비핵화 공동 목표가 확인됐다는 백악관 발표와 대비되는 대목입니다.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이란이 보유한 60% 농축우라늄을 러시아로 반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이란의 농축우라늄 해외 반출을 핵 합의의 조건으로 요구해 왔는데, 페스코프는 이 제안이 실현 가능하다면 워싱턴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미국의 수용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미·중·러 외교의 온도차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와 푸틴을 연이어 맞으며 '중국이 미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상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두 정상회담의 결과물이 크게 달랐다는 겁니다. 트럼프 방중 기간에는 공동성명이 나오지 않고 보잉기 구매 등 개별 계약만 체결된 반면, 중·러 정상회담에서는 40여 건의 공식 협정과 공동선언이 발표됐습니다. 특히 중·러는 '다극화된 세계 질서'를 강조하며 미국의 골든돔 미사일 방어체계와 일본 재무장을 비판했습니다.
이런 차이는 대만 문제에서도 드러났습니다. 푸틴은 공동성명에서 '대만 독립'에 반대하며 중국의 주권을 지지했지만, 트럼프는 방중 중 대만을 거론하지 않다가 귀국 후 대만 무기 판매를 협상 카드로 언급해 불안을 키웠습니다.
경제 협력의 성과와 숙제
경제 분야에서는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프로젝트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이 가장 눈에 띕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EU 시장을 잃어 중국으로의 가스 수출을 서두르고 있지만, 중국은 가스 수요 감소와 재생에너지 전환을 이유로 가격과 인프라 비용 부담을 놓고 협상 주도권을 쥐고 있습니다. 반면 양국은 두만강 출해 문제에 관한 3자 협의(북한 포함)를 계속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른바 '대투먼 이니셔티브' 틀 안에서 무역·교통·에너지 등 다자간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인데, 한국도 참여하는 사업이라 한반도 주변 정세에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하반기에 북한 방문 가능성도 거론되며, APEC 정상회의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외교적 입지를 더 다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유럽과의 관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구조적 한계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