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부기장의 계획적 살인…'기득권 복수' 주장과 수사의 난항

조경국뉴
8개의 관련 기사

7달 전 수정 · 2026년 3월 21일 오전 10:47

발행: 2026년 3월 20일 오후 9:49

요약 생성중...

전직 부기장이 동료 기장을 살해한 사건에서, 범인은 수개월간 택배기사로 위장해 피해자를 미행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범행 동기를 '기득권에 대한 복수'라고 주장했으나, 사이코패스 검사에서는 기준에 미달했다. 경찰은 그의 정신 상태와 구체적 동기를 조사 중이며,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해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치밀하게 계획된 동료 살해

부산에서 발생한 항공사 기장 살해 사건이 세간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전직 부기장 김모(50대) 씨가 현직 기장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되었는데요, 사건은 단순한 충동적 범죄가 아니었습니다. 김 씨는 범행을 실행하기까지 수개월 동안 택배기사로 위장해 피해 기장들의 집 주소와 출근 시간, 동선을 파악하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범행 전날에는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승강기에 '고장' 표시를 붙여 다른 기장을 계단으로 유인해 살해를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첫 시도가 실패하자 그는 곧바로 KTX를 타고 부산으로 이동해 또 다른 동료 기장을 살해한 뒤 도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찰은 그가 체포되기 전 창원에서까지 추가 범행을 기획한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피해망상 속의 '정의실현' 주장

구속 영장 실질 심사장에서 김 씨는 자신의 범행을 '조직적인 기득권의 양아치 짓에 대한 복수'라고 정당화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공군사관학교와 항공사에서 부당한 평가와 대우를 받아 인생이 파괴당했다는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그가 주장하는 '기득권'의 핵심 인물들도 대부분 공군사관학교 선배 출신 기장들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김 씨는 2018년 항공사 부기장으로 입사했지만 비행 능력 평가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고 휴직한 뒤, 조종사 면허까지 취소당했습니다. 이후 보상금 소송에서 패소하며 심리적으로 극심한 좌절감을 겪은 것으로 보입니다. 수사 관계자는 "과도해진 피해의식이 복수심으로 변질되며 비극을 초래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경찰이 실시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 결과는 예상을 깨뜨렸습니다. 김 씨는 40점 만점에 25점 이상이어야 하는 사이코패스 기준에 미달했는데요, 이는 그가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전형적 프로필과는 다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문가들은 '피해망상적 믿음'에 기반한 계획적 범죄는 사이코패스 범죄와는 다른 메커니즘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경찰은 이같은 결과를 받아들여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그의 정신과 진료 기록을 조회하는 등 정신 상태에 대한 보다 입체적인 분석에 나섰습니다.

수사의 향방과 남은 과제

현재 수사는 두 가지 축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김 씨의 진술 신빙성 검증과 구체적 동기 규명이고, 다른 하나는 신상정보 공개 여부에 대한 판단입니다. 김 씨는 조사에서 "3년 동안 4명을 살해할 계획이었다"고 진술해 추가 희생자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는데요, 지목된 4명 모두 그가 근무하던 항공사의 공군사관학교 선배 기장들로, 인사 평가나 공제회 업무 등에 관여했던 인물들입니다. 경찰은 이들이 실제로 김 씨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신상정보 공개 문제도 논의가 한창입니다. 경찰은 다음 주 중으로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공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데요, 범죄의 중대성과 계획성, 국민의 알 권리, 그리고 유사 범죄 예방 차원에서 공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편, 이 사건은 조종사라는 고위험 전문직군의 정신 건강 관리 시스템에 대한 재점검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극한의 스트레스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직업군에서 피해의식이 어떻게 극단적 폭력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