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 세수, 미래 투자 재원으로
정부가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확보한 추가 세수를 재원으로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기로 하면서 교육계를 중심으로 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당 기금은 청년 지원과 성장동력 확보를 포함한 4대 핵심 분야에 집중 투자될 예정인데요. 하지만 정부가 이를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 방식을 개편하고 일부 교육 재원을 전환하려 하자 학교 현장에서는 재정 축소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기획예산처는 미래대응기금이 국회의 사전 심의와 의결을 거쳐 확정되며, 기금운용계획안과 초과세수 적립 내역을 국회에 보고해야 하는 등 타 기금보다 강화된 통제 장치를 갖췄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초과세수 적립이나 계획 변경 시 지체 없이 보고하도록 법에 규정했다는 점을 내세우며 '정부 쌈짓돈'이라는 비판을 일축했습니다. 기금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꺼번에 집행하지는 않을 계획입니다.
기금 조성의 배경에는 잠재성장률 하락에 대한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2040년대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 속에서,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일회성 소비가 아닌 미래 생산적 투자에 쓰겠다는 취지입니다. 또한 경기가 좋을 때 세수를 저장하고 어려울 때 사용하는 재정 안정화 장치 역할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가 채무 상환보다 투자를 우선시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기획예산처는 성장률을 높여 재정 전체 규모인 '파이'를 키우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빚을 갚는 데 주력하기보다 미래 필수 분야에 투자해 성장과 재정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학생 줄인다고 교육비도 줄이나
문제는 미래대응기금 마련 과정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이 함께 추진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내국세의 20.79%와 자동 연동하던 기존 방식을 폐지하고, 전년도 교부금에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의 35%를 반영하는 새 공식을 제시했습니다. 전체 교부금 규모는 75조 7천억원에서 92조 7천억원으로 늘어났다며 기술적으로는 축소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은 이미 통합 특별법 제정 당시 교육세 감액 보전 규정 누락으로 5,423억원의 손실을 봤는데, 이번 개편안까지 적용되면 추가로 1조 8,315억원이 증발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현행 방식 대비 기대 수익의 80% 이상을 받지 못하는 재난 수준의 타격으로, 지역 교육 현장의 절망이 커지고 있습니다.
부산교육청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최근 5년간 인건비가 7,033억원 증가해 전체 예산의 55.8%를 차지하고 있으며, 향후 5년간 학교 개축과 시설 개선에만 약 3조 1,002억원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AI·디지털 교육과 고교학점제 등 새로운 국가 교육정책 수행을 위한 예산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데,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재정을 줄이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국세 교육세를 교부금에서 제외하는 방안 역시 교육재정 기반을 약화시킬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투자냐 재정안정이냐, 갈라선 시각
정부와 교육계가 보는 시각이 꽤 다른 듯하지만, 사실 근본적인 고민은 비슷합니다. 정부는 잠재성장률 반등을 위해 미래 투자가 시급하다고 보고, 교육계는 공교육 강화가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라고 주장하는 것이죠.
전교조 세종지부는 학생 수 감소가 냉난방비나 시설관리비 등 기본 비용의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오히려 특수교육과 기초학력 지원, 학생 상담 등 개별 맞춤형 교육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재정 축소는 공교육 강화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세종시처럼 신도시 과밀학급과 읍면 지역 소규모 학교가 공존하는 지역은 학생 수만으로 재정을 산정하면 지역 소멸을 부추기는 모순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미래대응기금의 운용 방식에 대해서도 전담운용기관을 선정해 국고채 3년물 금리인 3.8%를 상회하는 수익률 달성을 목표로 한다는 계획이 나왔습니다. 내년에는 선제적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 일부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여유 재원으로 쌓아둘 예정입니다.
정부는 교부금 총액을 늘렸고 기금에도 강력한 통제 장치를 뒀다는 입장인데, 교육계는 이를 '재정 돌려막기'로 받아들이며 개편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회를 중심으로 양측의 대립이 심화될 전망인데, 어떤 방식으로든 미래 세대를 위한 재정 운영이라는 명분 뒤에 숨겨진 각 집단의 상이한 처지와 우려가 적절히 조율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