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정특례 본인부담률 10%→5% 인하 추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환우들과 만나 약속한 '희귀·중증난치질환 지원 강화' 방안이 본격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5일 관련 대책을 발표하며 핵심으로 산정특례 본인부담률을 현재 10%에서 최대 5%까지 단계적으로 낮추고, 희귀질환 치료제 건강보험 등재 기간을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단축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산정특례 대상 질환도 70개 추가,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 기준 완화, 의료·복지 연계 강화 등을 포함한 종합 지원책을 내놨다.
치료비 천만 원 시대, 환자들의 절박한 목소리
전국에 약 130만 명의 희귀·중증난치질환자가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월 약값이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을 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혈우병 환자는 연평균 본인부담금이 1,044만 원에 달하고, 혈액투석·복막투석 환자 역시 높은 부담을 안고 있다. 성인 환자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 많아 더 큰 경제적 부담에 시달린다.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환자들의 절규가 정부의 대책을 촉발시켰다.
본인부담률 인하, 어떻게 진행되나
현재 산정특례 적용 환자는 의료비 중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이 10%로 일반 환자(20~30%)보다 낮다. 이번 조치로 이를 5%까지 추가 인하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복지부는 재정 부담(연간 약 5,000억 원 추정)을 고려해 단계적 인하 방식(예: 일정 금액 초과분에 대해서만 추가 인하)을 고민 중이며, 올해 상반기 중 구체적인 방식을 확정해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산정특례 대상 질환도 70개를 추가해 총 1,387개로 확대한다. 재등록 절차 간소화도 함께 진행된다.
치료제 등재 절차 획기적 단축
치료제가 있어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환자는 고가의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허가 후 급여 등재까지 평균 240일이 걸려 환자들의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이 기간을 100일 이내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급여 적정성 평가 및 협상 절차를 간소화하고, 근거 생산이 어려운 치료제는 우선 등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한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던 자가치료용 의약품에 대한 긴급도입 품목을 확대하고, 수익성이 낮아 공급이 중단된 필수의약품은 주문제조 방식으로 공급한다.
저소득층 지원 확대와 복지 연계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없도록 저소득층 지원도 강화된다. 현재 저소득 희귀질환자 의료비 지원 사업은 부양의무자 소득·재산 기준 때문에 실제 지원 대상이 희귀질환자의 4.4%에 불과하다. 정부는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유전자 검사 지원을 확대하고, 희귀질환 전문기관을 17곳에서 19곳으로 늘려 지역완결형 진료 체계를 구축한다. ‘희귀질환 지원 정책협의체’를 통해 의료·복지 연계를 강화하고 환자 중심의 종합 지원을 할 예정이다.
기대와 남은 과제
이번 대책은 환자들의 즉각적인 부담 완화와 치료 접근성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정 확보 문제, 인하 방식의 형평성 논란, 치료제 등재 속도 개선의 실효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하고,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소수라는 이유로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이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현되기까지 환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견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