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뛰어넘은 성장률 쇼크
미국 경제가 지난해 마지막 분기에 뚜렷한 제동 신호를 보냈습니다. 상무부가 발표한 2025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연율 기준 1.4%에 그쳤는데요. 이 수치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 2.5%를 크게 밑돌았을 뿐만 아니라, 직전 3분기의 활발했던 4.4% 성장률과 비교하면 확연한 둔화세입니다. 발표 직후 '쇼크'라는 반응이 나올 만큼 예상을 벗어난 낮은 숫자였습니다. 특히 이번 발표는 원래 1월 말에 예정됐다가 약 20일 가까이 지연된 것인데, 그 자체가 경제에 닥친 혼란의 규모를 암시하기도 했습니다.
성장률 급락의 가장 직접적이고 무거운 원인은 정부 기능 마비였습니다. 지난해 10월 초부터 11월 중순까지 무려 43일간 이어진 역대 최장 연방정부 셧다운이 경제 활동 전반에 찬물을 끼얹은 겁니다. 공식 추산에 따르면 연방 공무원의 서비스 축소만으로도 GDP 증가율을 약 1%포인트 가까이 끌어내렸고, 전체 연방정부 지출은 16.6%나 급감했습니다. 정치적 대립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은 대표적 사례가 된 셈입니다.
셧다운 뒤의 경제 풍경
정부 지출의 충격을 제외하더라도 민간 경제의 체력이 예상만큼 든든하지는 않았습니다. 경제의 가장 큰 축인 개인 소비 지출 증가율은 2.4%로, 3분기의 3.5%에 비해 탄력이 확실히 줄어든 모습이었습니다. 서비스 소비는 의료나 국제 여행 등에서 견조함을 유지했지만, 재화 소비는 오히려 감소로 돌아서며 소비자 심리의 경계를 보여주었죠. 민간 최종판매를 보여주는 '민간 국내 최종판매' 지표도 2.4% 증가에 그쳐 2025년 들어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를 지탱한 버팀목도 있었습니다. 민간투자는 3.8%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는데, 특히 인공지능(AI) 관련 데이터센터 투자 붐에 힘입어 장비와 지식재산 생산물에 대한 투자가 활발했습니다. AI를 선도하는 미국의 기술 혁신 역량이 경기 둔화 속에서도 투자를 끌어내는 동력으로 작용한 겁니다. 한편, 물가 흐름은 여전히 안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연준이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2.9% 상승했고,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 제외 근원 PCE도 2.7% 오르며 물가 안정 목표(2%) 달성까지의 길이 멀다는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정치 공방과 남은 과제
경제 지표가 발표되기 불과 40분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글을 올려 선제 공세를 펼쳤습니다. 그는 민주당의 셧다운 전략이 미국 경제에 최소 2%포인트의 비용을 초래했다고 비난했고,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을 'Two late(너무 늦는)'라고 조롱하며 금리 인하를 재촉했습니다. GDP 수치가 발표되기 전부터 정치적 책임론이 제기되며, 경제 지표가 얼마나 정치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최종적으로 2025년 연간 성장률은 2.2%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2023년(2.9%)과 2024년(2.8%)보다는 다소 둔화된 수치이지만, 미국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여전히 견조한 편에 속합니다. 전문가들은 4분기의 충격이 셧다운이라는 특수한 일시적 요인에 기인한 부분이 크다고 분석하며, 올해 1분기에는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러한 반등의 강도와 지속성인데요,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고 소비 심리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의 재정 기능 마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의 기본적인 토대가 정치적 갈등에 의해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