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위 케이크 사진, 또다시 갈라놓은 공론장
SNS에 올린 한 장의 사진이 또다시 공론장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노숙인 무료급식소 '안나의 집'을 운영하는 김하종 신부가 후원받은 케이크를 급식으로 제공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었는데요. 문제는 식판에 담긴 밥 위에 케이크가 올려져 있었다는 겁니다. 이 모습을 본 일부 누리꾼들은 "케밥이냐", "무슨 조화냐" 등의 조롱과 욕설을 쏟아냈습니다.
사실 이 급식소는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늘어난 노숙인들을 돌보기 위해 문을 연 곳입니다. 이탈리아 출신인 김하종 신부는 1991년 한국에 들어와 김대건 신부를 본받아 '하느님의 종'이라는 뜻의 한국 이름을 지었고, 수십 년간 소외된 이웃 곁을 지켜왔습니다. 2019년에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동백장까지 수훈한 인물입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현장에서는 접시나 그릇을 따로 마련하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식판에 밥과 케이크를 함께 담을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오히려 신부님은 매일이 생일 같은 행복을 나눌 수 있게 해준 후원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따뜻한 마음을 담았는데, 이를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폄하한 것이죠.
30년 현장의 무게와 이름의 뜻
당연히 이러한 악플 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더 많이 나왔습니다. 실제 봉사자들을 포함한 많은 이들은 앞뒤 맥락 없이 날 선 비난을 하는 것이야말로 마음이 가난한 행태라고 비판했습니다. 30년 넘게 현장을 지킨 헌신이 한 장의 사진으로 뒤덮이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한 것입니다.
반대로 조롱을 일삼는 댓글들은 SNS의 즉각적 반응 문화가 낳은 부작용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아무리 비판의 자유가 보장된다 해도, 현장의 상황과 의도를 헤아리지 않은 채 내뱉는 말은 결국 수혜자와 봉사자 모두에게 상처를 남깁니다.
맥락 없는 판단이 남기는 것
이번 사건은 우리가 타인의 삶을 얼마나 성급하게 판단하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한 장의 사진만으로 누군가의 평생을 헤아리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앞으로도 온라인에서 마주치는 단편적인 모습에 서둘러 판단을 내리기보다, 그 이면에 담긴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태도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