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일의 경고, 그리고 참극
지난 10월 13일 인천 남동구의 한 대형 상업시설에서 59세 최충락이 양손에 테이프로 흉기를 고정한 채 시민들에게 휘둘렀습니다. 이 사건으로 19세 여성이 심정지 상태에 이르는 등 8명이 다쳤는데요. 경찰 조사에서 그는 "어린이집도 범행 대상으로 고려했지만 너무한 것 같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해 충격을 더했습니다. 특정 시설이 아닌 여성과 어린이가 모인 곳을 노렸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피해가 더 커질 수 있었던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최씨는 2015년 전처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전과자였고, 당시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였습니다.
반복된 신호, 놓친 한 달
사실 참극 전에 경고는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최씨는 범행 34일 전부터 인천 계양구의 한 병원 앞에서 흉기를 노출한 채 1인 시위를 벌였는데요. 9일에는 9시간 동안 네 차례나 흉기를 꺼내 들어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직접적인 위협이 없다는 이유로 흉기만 회수했고, 피의자 조사는 신고 접수 27일 후인 6일에야 이뤄졌습니다. 조사에서 그는 15년간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았다고 진술했지만 위험성 평가나 응급입원 조치는 없었습니다. 보호관찰소에 통보된 뒤에도 그는 흉기와 둔기를 배낭에 넣은 채 보호관찰관과 순대국밥집에서 식사했고, 곧바로 지하철을 타고 범행 장소로 향했습니다.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 '높음'과 '중간' 수준이 기록됐지만 실제 평가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확인됐습니다.
순찰 강화, 인력은 반토막
경찰은 사건 직후 전국 시도경찰청장 화상회의를 열고 다중밀집장소 예방순찰과 흉기소지 선제 단속을 지시했습니다. 흉기 신고가 집중되는 지역과 시간대를 분석해 경찰력을 배치하겠다는 겁니다. 문제는 현장의 여력입니다. 2023년 신림·서현역 사건을 계기로 출범한 기동순찰대는 광역예방순찰대로 축소됐고, 2027년 예산안에서 전담인력은 2,338명에서 1,051명으로 55% 줄었습니다. 운영 예산도 36.7% 삭감됐죠. 전문가들은 경찰력만으로 모든 다중이용시설을 상시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시설 운영 주체와 지방자치단체가 안전관리 책임을 분담하고, 조례를 통해 민간 경비인력 배치와 비용 부담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제언입니다. 이상동기 범죄 146건 가운데 87%가 다중밀집 장소에서 발생한 만큼, 위험 징후를 선별해 정밀하게 대응하는 체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