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 대신 '가격 약정' 탄생
중국과 유럽연합(EU)이 1년 넘게 대립해온 전기차 관세 분쟁이 마무리됐습니다.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5.3%까지 부과했던 반덤핑 관세를 철회하는 대신, 중국 업체들이 특정 가격 이상으로 판매하겠다는 '가격 약정' 제도를 도입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중국도 EU산 자동차 보복 관세를 철회하며 무역전쟁 위기를 피했습니다.
이번 합의는 양측이 무역 갈등을 완화하고 공급망 안정화를 도모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EU는 2024년 10월부터 고율 관세를 검토해 왔고, 중국은 보복 조치로 맞섰습니다. 결국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았는데, 중국 업체들이 EU에 수출하는 전기차의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면 고율 관세를 면제받는 가격 약정이 그 해법입니다. 다만, 과거 태양광 분쟁에서 비슷한 제도가 실패한 전례가 있어 자충수 가능성도 우려됩니다.
중국 전기차, 유럽 시장 점유율 확대 기대
가격 약정 합의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에게 청신호입니다. 중국승용차협회(CPCA) 추이둥수 사무총장은 "향후 3년간 중국 전기차의 EU 수출이 매년 20%씩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1~11월 중국의 EU 자동차 수출은 100만 대를 돌파했고, 순수 전기차 58만 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25만 대, 일반 하이브리드차 17만 대를 기록했습니다. 중국 브랜드의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025년 11월 기준 12.8%에 달합니다.
BYD, SAIC, 체리 등 중국 업체들은 이미 유럽 현지 생산을 확대 중입니다. 이번 합의로 고율 관세 부담이 사라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전망입니다. 유럽 소비자에게는 저렴한 전기차 공급 확대로 이어질 수 있지만, 유럽 자동차 업계에는 새로운 도전이 될 것입니다.
한국 업계, 새 경쟁 구도에 대응 나서
중국 전기차의 유럽 공세가 본격화되면 한국 자동차·배터리 업체들도 영향을 받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8%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 강화로 입지가 좁아질 수 있습니다. 현대차는 가격 경쟁력이 높은 아이오닉3 출시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도 긴장합니다. EU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LFP 배터리 점유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2년 80%였던 한국 배터리 점유율은 2024년 60%로 떨어졌고, 중국산 LFP는 20%에서 3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한국 배터리 업체들도 LFP 배터리 개발 및 양산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중국과 EU의 이번 합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한국 업계는 기술 경쟁력 강화와 현지화 전략으로 새로운 도전에 대응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