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낳은 '회계검사' 카드
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여전한 파문을 낳고 있습니다. 참정권 침해라는 국민적 우려가 거센 가운데, 감사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회계검사에 착수했는데요. 이는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관리 문제를 파헤치려는 조치로 풀립니다.
다만 이 검사는 직무감찰이 아닌 회계검사라는 점에서 한계가 드러납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선관위가 독립적 헌법기관이라며 직무감찰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결정했는데요. 이에 따라 감사원은 예산 운용과 계약 관리 등 회계 처리 전반을 살피는 우회로를 택한 것입니다. 김호철 감사원장은 자료 수집을 마치는 대로 7월 중 실지감사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고, 행정안전감사국 중심으로 약 30명의 감사관이 투입되었습니다.
검사 대상은 중앙선관위를 비롯해 각급 지역 선관위 전체입니다. 특히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직접 연관된 예산 편성, 물품 취득 및 보존, 공무원들의 회계 처리 업무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입니다.
선관위는 '독립성'을, 감사원은 '책무'를 내세우며
감사원의 움직임에 선관위는 사실상 검사를 받을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사안 등이 감사원 감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국회에 제출했는데요. 심지어 국회 국정조사특위 첫 회의에서 핵심 증인 16명이 집단 불출석하면서 여야 모두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기도 했습니다.
물론 선관위가 헌법기관으로서의 독립성을 주장하는 것은 일리가 있는 주장입니다. 다만 국민의 눈높이에서는 다소 다른 모습으로 비칠 수 있는데요. 참정권에 대한 의혹이 큰 상황에서 외부 감사를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태도는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반면 감사원 측은 회계검사가 헌법과 감사원법이 부여한 정당한 책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김 원장은 검사 결과에 따라 합당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감사원법 개정만으로는 위헌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인 것이죠.
감사원 내부 쇄신과 남은 과제
이번 기자간담회에서는 선관위 회계검사와 함께 감사원 내부 쇄신 방안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김 원장은 과거 '타이거파'로 불린 내부 파벌을 완전히 해체하고, 인사 및 감찰권 남용으로 특혜를 받은 이들의 혜택을 거두겠다고 약속했는데요. 정책감사를 폐지하고 특별조사국을 반부패조사국으로 전면 개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문재인 정부 시절 통계 조작 감사 과정에서 나타난 인권 침해 문제를 인정하고, 디지털 포렌식과 야간 문답조사를 금지하는 등 절차적 보완에 나섰습니다. 감사 대상자에 대한 수사 요청 시 감사위원회 사전 보고를 의무화하고, 연간감사계획에 없는 새 감사는 위원회 의결을 거치도록 해 정치적·표적 감사를 차단하겠다는 방침도 세웠습니다.
한편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서울시 및 송파구 선관위 관계자 12명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이며 투표용지 인쇄 매수 축소 경위와 당일 대응 체계를 집중적으로 파고 있습니다. 감사원의 회계검사와 검경의 강제수사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선관위를 둘러싼 압박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다만 헌법적 한계가 명확한 만큼, 이번 검사가 단순한 회계 문제를 넘어 선거관리 전반의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