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당일치기로 방문했습니다. 전용 열차나 항공기를 주로 이용해 온 김 위원장이 이번에는 지난 15일 정식 개통한 신압록강대교를 직접 건넌 겁니다. 완공 후 12년 만에 문을 연 이 다리를 북한 지도자가 처음으로 통과한 겁니다.
신압록강대교는 신의주와 단둥을 잇는 약 3km 길이의 왕복 4차로 자동차 전용 교량입니다. 2014년 완공됐지만 핵 개발로 인한 관계 경색과 코로나19 국경 봉쇄 등이 겹치면서 개통이 미뤄져 왔습니다. 기존 중조우의교가 대형 화물 운송에 한계가 있었던 만큼, 새 다리는 물류 확대의 물꼬를 트는 사안입니다.
방문지가 곧 메시지
김 위원장의 발길이 향한 곳은 단둥의 항미원조기념관이었습니다. 중국이 6·25전쟁을 "미국에 맞서 조선을 도운 전쟁"으로 규정하고 세운 이곳은 1만2000여 점의 유물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자가 이 기념관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 위원장은 "피로 맺은 우의"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어진 일정도 상징적입니다. 1951년 인민지원군 부품·수리공장으로 출발한 황하이자동차의 버스 생산시설도 견학했습니다. 방문지 자체가 북중 혈맹의 역사와 경제 협력의 미래를 겨냥한 메시지였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강대국 사이 줄타기
이번 방문에서 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 대신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을 만났습니다. 시 주석이 5중전회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가운데, 중국 공산당 서열 4위인 왕 주석이 영접에 나선 겁니다. 회담에는 최선희 외무상과 왕이 외교부장 등 양국 외교수장이 총출동했습니다.
시점도 주목됩니다. 다음 달 18~19일 중국 선전에서 APEC 정상회의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예정돼 있는데요. 김 위원장은 과거 북미 회담 직전에도 중국을 찾아 사전 조율을 해온 전례가 있습니다. 다만 북한이 러시아·중국과 협력을 넓히고 있어 대화가 절박한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국내 정치권의 시선도 엇갈립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이 미·중·러를 상대로 입지를 넓히는 상황에서 대북 압박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남북 대화가 단절된 채 강대국 간 논의만 앞서가면 한국이 협상장 밖에서 결과를 통보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