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대신 클립만 남은 청문회
이재명 정부 2기 개각을 둘러싼 인사청문회가 본연의 기능을 잃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후보자의 정책 역량과 직무 적합성을 따져야 할 자리에서 고성과 신상 공방, 자극적인 장면만 남았다는 겁니다. 특히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판결문 관련 질문에 "문과"라고 답하거나,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전공 여부가 거론되는 장면이 숏폼 영상으로 확산했습니다.
누리꾼들은 이런 순간을 포착해 재치 있는 제목을 붙였고, 조회 수 경쟁에 뛰어든 언론들도 발언과 표정을 잘라 짧은 영상으로 내보냈습니다. 뉴스 소비가 '읽는 뉴스'에서 '보는 뉴스'로 옮겨가면서 청문회 풍경까지 바뀐 셈입니다. 손수호 변호사는 청문회가 의혹 해소 기능을 하지 못했고, 감정적 질문보다 증거 중심 질문이 필요했다고 짚었습니다.
증인 없는 청문회, 면죄부 논란
이번 개각에서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증인과 참고인 없이 진행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2000년 도입된 인사청문회는 장관 임명 전 재고의 기회를 주는 장치로 기능해 왔는데, 이번에는 그 취지가 훼손됐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참여연대는 청탁 의혹, 음주운전, 위장전입 등을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내렸고, 경실련도 자진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임명 반대 여론이 찬성보다 두 배 높았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여당이 증인 채택을 거부하고 후보자를 비호하는 데 집중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일부 의원은 공익신고자의 신분을 공개해 논란을 낳았습니다. 청문회를 형식적 절차로 채워 후보자에게 면죄부를 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사퇴 후 남은 겸직 논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 사퇴로 청문회 무대에서 내려왔습니다. 다만 사퇴 과정을 둘러싼 비판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윤영 전 노동당 여성위원장은 용 의원이 인사권자와 기성 정치권에는 송구함을 표하면서, 과거 성차별 문제를 제기한 여성과 청년 등 힘없는 이들에게는 사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함께 의원과 장관의 겸직 문제도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대표는 겸직 폐지가 뒤끝이 아니라 원칙을 명확히 하자는 것이라며 정치개혁 논의를 제안했습니다. 반면 청와대는 장관 후보자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없다며 김승원 후보자를 포함한 전원 임명 기류를 보이고 있습니다. 청문회가 남긴 검증의 공백과 인선의 정당성을 두고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