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도 뛰어넘은 로봇 올림픽
100m를 9초39에 주파하는 로봇이 등장했습니다. 지난 8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2회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회에서 톈궁 울트라라는 이름의 로봇이 이 같은 기록을 세우며 우사인 볼트의 세계 기록마저 앞질렀는데요. 400m와 제자리높이뛰기에서도 인간의 한계를 가볍게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주며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사실 이번 대회는 단순히 빨리 달리는 것을 넘어선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1년 전 21초대에 머물렀던 100m 기록이 불과 12개월 만에 절반 이하로 단축되었고, 경기 방식도 원격 조종에서 벗어나 완전 자율주행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16개국에서 2천여 대가 넘는 로봇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로봇 기술이 얼마나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무대가 되었습니다.
이제 진짜 시험은 '케이블 꽂기'
물론 속도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순 없습니다. 산업계의 시선은 이미 정교한 작업 능력으로 옮겨갔는데요. 이번 대회에서는 병뚜껑 따기, 20g 분말을 오차 0.5g 내로 계량하기, 핀셋으로 콩 집기 같은 종목들이 대거 추가되었습니다. 이는 로봇이 인간의 손가락처럼 미세한 힘을 조절하고 예측 불가능한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지를 보기 위함입니다.
특히 전기차 충전 케이블 연결이나 창고 물류 작업처럼 실제 산업 현장을 재현한 시나리오 경기는 작년 6개에서 21개로 3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로봇이 빠르게 달리다가 제때 멈추지 못해 매트에 부딪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는데, 이처럼 안정적인 제어와 정밀한 조작 능력이 상용화의 핵심 과제라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유니트리 왕싱싱 CEO도 낯선 환경에서 스스로 판단해 일하는 '일반화' 능력 확보가 관건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은 어디에 서 있는가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의 위치는 다소 복잡한 모습입니다. 인하대학교 연합팀 '인하 유나이티드'가 한국 유일의 팀으로 대회에 참가했지만, 중국 현지에서야 처음 제대로 된 연습장을 찾은 것처럼 국내 연구 환경은 열악한 실정입니다. 참가 교수진은 중국의 전폭적인 국가 지원과 규모의 경제를 직접 확인하고, 한국도 5년에서 10년 이상의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글로벌 협력의 물꼬도 동시에 터지고 있습니다. 세계로봇대회에서 다이나믹솔루션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장녀인 매디슨 황 수석이사와 만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반 로보틱스 기술 협력을 논의했는데요. ETRI로부터 이전받은 촉각 로봇손 '엑스핸드'에 AI와 BCI를 접목해 사용자 의도만으로 제어하는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에는 세계 최초의 로봇몰까지 등장하며 전시와 판매, 연구가 연결된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로봇이 인간을 넘어서는 시대가 머지않았는데, 속도보다 중요한 건 결국 일상과 산업 속으로 파고드는 실용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