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만에 돌아온 영혼들
지난 15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는 특별한 영접식이 열렸습니다. 6·25 전쟁 당시 전사한 국군 장병 141위의 유해를 모시는 합동봉안식이었는데요.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강원도 철원과 인제, 경기도 파주와 연천 등 주요 격전지 34개 지역에서 발굴된 유해입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주관한 이 자리에는 유가족과 참전용사, 그리고 많은 장병들이 함께 했습니다.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땅속에 잠들어 있던 이들이 마침내 조국의 품으로 돌아온 겁니다.
이번 합동봉안식은 신원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전사자들을 임시로 모시는 의식입니다. 종교의식과 헌화, 분향, 그리고 영현 봉송 순으로 진행된 이 행사는 단순한 형식을 넘어, 국가가 끝내 지키지 못한 약속을 되새기는 자리였습니다. 참석한 모든 이들의 얼굴에는 감회가 어려 있었고, 특히 고령의 참전용사들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습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발굴의 기록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은 2000년, 전쟁 50주년을 맞아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그때까지 수많은 전사자들이 이름 없는 땅속에 남아 있었죠. 사업이 시작된 지 25년이 지난 현재, 그간 수습된 유해는 1만 1000여 구에 달합니다. 이 중에서 268구의 신원이 확인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아직 대부분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올해의 발굴 작업은 특히 의미가 깊었습니다. 중단됐던 비무장지대(DMZ) 내 백마고지 지역의 발굴이 재개되어 25구의 유해를 추가로 수습할 수 있었거든요. 접근이 어렵고 위험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30개 사·여단급 부대 장병들의 노력이 이어졌습니다. 이들의 작업은 단순한 발굴을 넘어, 역사의 빈 자리를 메우는 성역 행위에 가깝습니다.
가장 큰 과제, 신원 확인의 길
유해를 수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큰 과제는 그들이 누구인지를 찾아내는 일입니다. 봉안식에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적했듯, 시간이 갈수록 이 일은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참전용사와 유가족들이 고령화되면서, 생전 기억이나 유전자 대조가 가능한 가족을 찾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과학적 발굴 및 조사 기술을 강화하고 발굴 범위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유해발굴감식단 내에 신원확인센터를 개설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관계 부처 및 지자체와 협력해 유전자 시료 채취를 위한 국민 캠페인도 강화할 방침입니다. 발굴된 유해는 당분간 국방부 내 유해보관소에 안치된 후,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신원 확인 작업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신원이 확인되는 즉시 유족에게 전달되어,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 마련되죠.
마지막 한 분까지 찾아야 할 의무
정부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유엔군 참전용사 유해 발굴을 위한 국제 협력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6·25 전쟁은 국제적인 연합군이 참전한 전쟁이기 때문에,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은 한국만의 과제가 아닙니다. 국제적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더 많은 영웅들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도 수많은 영혼이 이름 없이 남겨져 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마음에 새겨야 할 일입니다. 유해 발굴 사업은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국가와 국민이 함께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작업입니다. 비록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찾아내는 것이 산 자의 도리일 겁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모든 참전용사가 명예롭게 조국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는 그날까지 이 사업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