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시간에만 열리는 암호, KAIST 시간 인식 반도체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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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전 수정 · 2026년 10월 14일 오후 9:07

발행: 2026년 10월 14일 오후 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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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김경민 교수팀이 외부 시계 없이 소자 내부 전류 변화만으로 열람 시점을 조절하는 반도체를 개발했습니다. 장기기억과 단기기억을 한 트랜지스터에서 독립 제어하는 DUPOT 방식으로, 8.4초 뒤 문자 T가 나타나거나 1.5초에 미끼 문자 K, 37초에 진짜 정보 T가 출력되는 실험이 진행됐습니다. 클라우드 보안 등에 활용될 전망이지만 전압 편차와 반복 동작 안정성 확보가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시간을 품은 반도체

암호를 푸는 열쇠가 시계가 아니라 반도체 그 자체에 있다면 어떨까요. KAIST 신소재공학과 김경민 교수 연구팀이 정해진 시간이 지나야 정보가 드러나는 소자를 개발했습니다. 외부 시계나 소프트웨어에 기대지 않고, 소자 내부의 전류 변화만으로 열람 시점을 조절하는 방식인데요. 연구 결과는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에 실렸습니다.

하나의 소자, 두 개의 기억

핵심은 이중 상태 프로그래머블 산화물 트랜지스터, 줄여서 DUPOT입니다. 게이트에 양전압을 가하면 하프늄 산화물 내부에 전자가 포획되며 문턱전압이 바뀌고, 이 상태가 오래 유지되는 장기기억이 만들어집니다. 반대로 음전압을 가하면 산소 이온이 경계면으로 이동해 포화전류가 줄어드는데, 이쪽은 시간에 따라 서서히 변하는 단기기억 역할을 합니다.

두 기억은 서로 다른 물리 원리로 움직이기 때문에 한 트랜지스터 안에서 독립적으로 제어됩니다. 장기기억이 실제 정보를 붙들고, 단기기억이 그 정보가 언제 드러날지를 정하는 구조인 겁니다.

실험에서는 8.4초가 지나야 문자 T를 읽을 수 있는 시간 지연 암호화가 시연됐습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1.5초 시점에 미끼 문자 K가 나타났고, 37초가 되어서야 진짜 정보인 T가 출력됐습니다. 같은 소자라도 읽는 시점에 따라 전혀 다른 내용이 나오는 셈입니다.

보안의 지형을 바꿀까

연구팀은 이 원리를 클라우드 보안에 적용했습니다. 서버의 암호문과 사용자가 가진 복호화 키에 각각 다른 시간 조건을 걸어 두고, 정해진 시점에 두 요소가 맞물려야 정보가 복원되는 구조입니다. 시험 문제나 입찰 가격처럼 공개 시점을 통제해야 하는 데이터에 어울립니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소자마다 전압 편차가 생기면 시간 오차가 커질 수 있고, 동작 전압을 낮추고 반복 동작 안정성을 확보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이미 읽거나 복사한 정보를 사후에 회수하는 기능은 없다는 점도 한계로 꼽힙니다.

비슷한 흐름은 에너지 소재에서도 보입니다. UNIST 조한희 교수팀과 성균관대 고두현 교수팀은 작은 분자를 길게 이어 붙여 유기 광전극의 내구성을 높였는데요. 기존 전극이 물에서 1.8분 만에 전류가 10%로 떨어지던 것과 달리, 새 전극은 192분까지 성능을 유지했습니다. 반도체와 소재 연구가 보안과 지속성이라는 각자의 방향으로 진전을 보이는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