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최고지도자, 위독설을 넘어선 권력 공백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부친인 알리 하메네이의 뒤를 이어 제3대 최고지도자로 올랐지만, 모든 메시지는 서면 담화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만 전달됐죠. 이런 은둔 행보는 지난 2월 이스라엘 공습 당시 중상을 입었다는 설과 맞물려 위독설로 번졌습니다. 반체제 매체 이란와이어는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그가 내각 인사들과도 접촉하지 않는 위독한 상태라고 보도했고, 심지어 사망설까지 확산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해 보였습니다.
이에 이란 당국은 최근 대통령과의 회동 소식을 일제히 보도하며 반박에 나섰습니다.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이 최고지도자를 접견해 민생 충원과 전쟁 상황,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는 건데요. 군부 계열 매체까지 나서서 활동 사진과 영상을 곧 공개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회동의 정확한 시점과 장소가 밝혀지지 않았고, 공개된 영상 역시 촬영 날짜가 명시되지 않아 전쟁 이전 자료일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오히려 페제슈키안 대통령이 최근 대국민 대담에서 소통이 매우 어렵다고 발언한 점이 알려지면서, 이란 권력 핵심에 심각한 불안이 있다는 관측이 더욱 힘을 얻고 있습니다.
미국의 '로우 키' 전략과 군부의 반격
이란이 내부적으로 술렁이는 사이 미국은 군사적 직접 개입 대신 경제 제재를 강화하는 이른바 '로우 키' 전략으로 선회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상군 파견이나 직접 폭격 대신 이란의 급여 지급 문제와 경제적 취약점을 파고드는 방식을 택했는데요. 이는 패트리엇 및 사드 미사일 재고가 상당 부분 소진된 현실적 한계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됩니다. 물론 이란의 경제가 이미 극심한 붕괴 직전이라는 점을 노린 압박이기도 하죠. 미국은 물리적 충돌 없이 빠른 시일 내에 협상을 이끌어내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은 모흐센 레자이 전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을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에 임명했습니다. 그는 1979년 혁명 당시부터 활동한 초기 구성원으로 16년간 혁명수비대를 이끈 강경파인데요. 동시에 경제학 박사 학위를 지닌 실용주의자로도 평가받습니다. 이번 인사는 전후 컨트롤타워를 군부 중심으로 재편하고, 협상을 시도해온 대통령과 외무장관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관리권을 절대 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그를 전면에 세운 건, 이란이 향후 협상에서 한 치의 양보 없는 태도를 보일 것임을 명확히 하는 신호입니다.
협상 테이블 앞에 선 이란의 딜레마
현재 이란 내부에서는 대통령 측과 혁명수비대 측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경제 붕괴를 우려한 페제슈키안 대통령이 미국과의 합의를 서두르길 원하는 반면,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는 군사적 대응과 비타협 노선을 고수하고 있죠. 최근 대통령이 사퇴를 언급하며 최고지도자를 압박했다는 주장까지 나왔으나, 공식적으로는 부인됐습니다. 사실 이런 내부 분열은 적대국에게 이란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약점으로 작용할 겁니다.
향후 협상에서 이란은 핵 농축 권한 유지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핵심 카드로 활용할 전망입니다. 레자이 사무총장은 농축 우라늄 농도는 희석할 수 있어도 권한 자체는 포기할 수 없다는 마지노선을 설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최고지도자의 실제 건강 상태와 권력 공백 여부가 이런 협상의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지를 가를 결정적 변수라는 점입니다. 이란이 진정한 의사결정 구조를 보여줄 수 있을 때, 국제 사회는 그들의 협상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