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 한 통이 만들어 낸 참사
2026년 7월 23일 오전 8시 29분경, 경북 경산시 사동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폭발을 동반한 방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주민인 71세 유 씨가 외벽 도색용으로 보관 중이던 시너를 관리사무소 내부에 뿌리고 불을 질렀고, 이 사고로 관리소 직원과 주민 등 총 8명이 화상을 입었습니다. 중상을 입고 치료를 받아오던 50대 여성 주민 1명이 이틀 만인 24일 오전 끝내 숨졌고, 경찰은 유 씨의 혐의를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으로 변경해 수사에 나섰습니다.
방화 당시 유 씨는 아파트 CCTV 전원 문제로 관리사무소와 언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자리를 뜨려는 순간, 유 씨가 즉시 시너를 뿌려 범행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방화 직후 화상을 입은 채 집으로 돌아갔던 유 씨는 이후 다시 흉기를 들고 나와 "다 죽여버리겠다"고 소리를 지르며 주민들을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이런 정황을 근거로 계획범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피의자 주거지와 차량을 압수수색했습니다.
6년간 반복된 갈등, 감사서에서 드러난 적신호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유 씨와 입주자대표회의 6년에 가까운 깊은 대립이 있었습니다. 유 씨는 아파트 도색 및 물품 구매 과정에서 관리비를 허술하게 사용했다며 계약서와 통장 내역 공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습니다. 최근 8개월 사이에도 잦은 소란을 일으켜 경찰 신고가 3차례 접수될 정도로 갈등은 수면 위로 반복적으로 올라왔습니다.
올해 초 경산시와 LH가 해당 아파트를 공동으로 감사한 결과, 관리비 공개액이 실제 부과내역과 일치하지 않고 잡수입을 공개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관리단 집회 없이 운영위원회 의결만으로 관리규약을 개정한 점, 6,323만 원의 잔액이 장기간 묵혀 있던 점, 장기수선충당금 약 1.1억 원의 구체적 사용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점 등 총 10건의 조치 사항이 적발되었습니다. 과태료 2건과 행정지도 7건이 함께 처분됐고, 회계 투명성을 위해 전산회계시스템 도입까지 권고됐습니다. 다만 LH 측에 따르면 횡령이나 공사비 부풀리기 등 형사상 의혹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남은 과제, 갈등이 범행 동기가 되었나
현재 전신 화상으로 치료 중인 유 씨의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체포영장이 집행될 예정이며, 경찰은 이번 범행의 구체적 동기와 계획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입니다. 아파트 관리의 투명성 문제가 감사로 이미 지적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을 단순한 개인의 돌발 행동으로만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동안 쌓여온 주민 불만이 어떤 경로로 해결됐어야 했는지,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해 관리 주체와 지자체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