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세 할머니도, 19세 청년도…투표소에 모인 세대들
2026년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일이었습니다. 전국 1만 4천여 개 투표소에는 나이와 신분, 거리를 뛰어넘은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는데요. 특히 광주 동구의 110세 김정자 할머니와 전주 삼천3동의 106세 김계순 할머니는 보행보조기와 딸의 부축을 받으며 투표소를 찾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김정자 할머니는 이승만 대통령 시절부터 한 번도 빠짐없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밝혔는데, 이번에도 새벽 4시부터 일어나 기도하며 투표를 준비하셨다고 합니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는 2007년생과 2008년생 청년들이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했습니다. 고3 수험생부터 대학생, 직장인까지 신분은 달랐지만 공약집을 꼼꼼히 살피고 기표한 뒤 뿌듯함을 느끼는 모습이 비슷했는데요. 울산 울주군에서는 101세 동갑내기 김두리·오무식 할머니가 나란히 투표장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세대의 시작과 끝에서 만난 이들의 모습은 투표가 단순한 의무가 아닌 권리임을 보여주었습니다.
거리와 공간을 넘어선 투표 열기
지리적 여건이 열악한 곳에서도 투표 열기는 식지 않았습니다. 인천 옹진군 서해5도 주민들은 꽃게 조업 철임에도 배를 타거나 조업 일정을 미뤄가며 투표소로 향했습니다. 강원 화천군 동촌1리 주민들은 왕복 2시간이 넘는 행정선을 타고 투표를 마쳤는데요. 덕분에 옹진군은 오후 3시 기준 투표율 65%를 넘기며 인천 11개 군·구 가운데 가장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소가 일상 공간으로 들어오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전남 장성군의 도자기 판매점과 게이트볼장, 울산의 아파트 헬스장, 울산고속버스터미널 대기실까지 다양한 장소가 투표소로 변신했습니다. 사실 유권자들에게는 익숙한 환경에서 투표할 수 있는 편의를 제공한 셈인데, 투표소마다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권리의 경계와 민주주의의 무게
투표 참여가 활발했던 만큼 현장에서의 작은 갈등도 있었습니다. 익산의 한 투표소에서는 60대 유권자가 오전 5시 30분부터 먼저 투표를 하게 해달라며 소란을 피워 선거사무원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70대 유권자가 휴대전화에 저장된 신분증 사진을 제시했다가 거부당하면서 소동이 빚어졌는데요. 선관위는 반드시 실물 신분증이나 공식 모바일 신분증 앱 직접 실행을 통한 검증만 인정된다고 재차 당부했습니다.
물론 외국인 영주권자들의 참여는 이번 선거의 또 다른 변화였습니다. 30년째 한국에 거주 중인 중국 태생 이모 씨는 지게차 일을 하던 중 투표를 위해 서울 대림2동 주민센터를 찾았으며, 베트남 출신 호티빗응억 씨는 올해 국적을 취득하고 생애 첫 투표를 마친 뒤 비로소 한국 국민이 된 기분이라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투표함에 넣어지는 종이 한 장의 무게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모두가 민주주의 과정의 당사자라는 점에서는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