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전 총리의 두 얼굴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4일과 25일 이어진 재판에서 충격적인 고백을 했습니다. "네, 제가 헌재에서 위증을 했습니다"라는 말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허위진술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한 건데요. 그러나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서 문건을 들고 나온 CCTV 영상에 대해서는 "사후적으로 보면 제가 영상에 있었던 것으로 나온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모순된 태도를 보였습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의 이런 증언을 '선택적 기억'으로 규정했습니다. 계엄 반대 입장은 생생히 기억하면서 정작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들에 대해서만 기억이 없다는 주장이 이어지자, 재판부도 "결국 아무것도 안 하신 거 아니냐"며 강한 어조로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멘붕 상태였던 그날 밤
지난해 12월 3일 밤,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선포 계획을 전해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증언했습니다. 당시를 "멘탈 붕괴 상태"였다고 표현하며 "보고 듣는 내용이 제대로 인지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는데요. 그러나 CCTV 영상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정족수 확인을 위한 전화 통화를 하고, 계엄 문건을 검토하는 등 침착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한 전 총리는 계엄 선포를 막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고,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에게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해 달라고 부탁하는 등 일부 노력을 기울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 왜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나"라고 쓴소리를 했습니다.
위증 인정과 책임 논란
헌재 위증 혐의와 관련해서는 한 전 총리가 분명히 인정했습니다. 대통령실에서 받은 문건을 파쇄한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해 거짓말을 했다고 밝혔죠. 사후 계엄선포문에 서명한 이유에 대해서는 "박물관에 두는 걸로 생각했다"는 해괴한 변명을 하다가 이후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논란이 되는 점은 한 전 총리의 책임 인식입니다. 그는 "위헌·위법한 계엄을 막지 못한 정치적, 역사적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런 태도는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는데, 특히 계엄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러했습니다.
내일 있을 결심 공판
26일 열리는 결심 공판에서 특검은 한 전 총리에 대한 구형을 할 예정입니다. 내란 혐의로 기소된 국무위원 중 가장 먼저 법적 판단을 받게 되는 이번 재판은 비상계엄이 내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사법부의 첫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한 전 총리는 재판 말미에 "국민들에게 어려움을 준 사안에 대해 멍에를 지고 살아가겠다"고 말했지만, 이런 발언이 진정성 있는 반성인지, 아니면 형량 감면을 위한 전략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될 전망입니다. 이번 재판 결과는 향후 유사 사건의 중요한 판례가 될 것이며,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 수준을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