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명절 행사장을 향한 총성
호주 시드니의 유명 해변 휴양지 본다이에서 평화로운 명절 행사가 참혹한 테러 현장으로 변했습니다. 현지시간 12월 14일 오후, 유대교 명절 하누카를 기념하는 행사에 1천 명 이상이 모인 가운데 검은 옷을 입은 남성 2명이 무차별 총격을 가했는데요. 이 사건으로 어린이 1명을 포함해 최소 16명이 목숨을 잃고 4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용의자들은 50세 아버지 사지드 아크람과 24세 아들 나비드 아크람 부자로 확인되었고, 현장에서는 사제 폭발물도 발견되며 계획된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점은 희생자 중 나치 홀로코스트를 생존한 알렉스 클레이트만 씨와 현지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엘리 슐랑거 랍비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명절을 축하하러 나온 평범한 시민들, 그리고 역사적 트라우마를 겪고도 살아남은 이들이 다시금 증오의 폭력에 희생되면서 전 세계 유대인 공동체에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용기를 보여준 시민과 확산된 정치적 비난
이 참사 속에서 한 시민의 용감한 행동이 더 큰 피해를 막았습니다. 43세 과일가게 주인 아흐메드 알 아흐메드 씨는 총격범이 장총을 쏘는 것을 보고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몸싸움 끝에 총기를 빼앗았습니다. 그는 팔과 손에 총상을 입었지만, 그의 행동으로 수많은 생명이 구해졌죠. 호주 크리스 민스 주총리는 그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많은 사람이 살아있게 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사건 직후 벌어진 정치적 공방은 또 다른 갈등의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사건 발생 몇 시간 만에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와 호주 정부를 맹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지난 8월 앨버니지 총리에게 보낸 서한을 상기시키며, 호주 정부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검토하고 공식 지지한 것이 “반유대주의 불길에 기름을 부은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스라엘 외무장관 기드온 사르도 이번 공격을 “지난 2년간 호주 거리에서 벌어진 반유대주의 난동의 결과”라며 호주 정부의 책임을 물었습니다.
팔레스타인 인정 결정과 중동 외교의 복잡성
네타냐후 총리의 비판은 단순한 희생자 애도나 테러 규탄을 넘어선 정치적 공격으로 읽힙니다. 배경에는 지난 9월 호주 정부가 유엔총회에서 프랑스, 영국 등과 함께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인정한다는 방침을 밝힌 점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를 하마스 같은 무장단체에 대한 보상이자 반유대주의를 조장하는 조치로 간주해 왔죠. 가자지구 전쟁 이후 호주를 포함한 여러 서방 국가에서 이스라엘 군사 행동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며 사회적 긴장이 고조된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맥락입니다.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네타냐후의 비판에 즉각적 답변을 하지 않는 대신, 이번 테러를 ‘모든 호주인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하며 국내적 단결을 호소했습니다. 그는 테러리즘과 증오에 맞서기 위해 모든 자원을 투입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이스라엘의 날선 비난으로 인해 외교적 마찰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호주 무슬림 단체들도 이번 테러를 규탄하는 한편, 보복성 증오 범죄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며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테러 이후의 도전과 국제사회의 반응
사건 이후 이스라엘 국가안보위원회는 해외에 있는 국민들에게 보안 경보령을 내리고, 충분한 보안 병력이 배치되지 않은 대규모 집회, 특히 유대교 관련 행사 참석을 자제하라고 경고했습니다. 모방 범죄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조치입니다. 한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해 독일 총리, EU 집행위원장 등 국제 지도자들은 이번 공격을 ‘명백한 반유대주의 테러’로 규정하며 일제히 규탄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시드니 테러는 단순한 총기 난사 사건을 넘어 여러 층위의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첫째는 종교적 증오와 폭력의 위험성이고, 둘째는 중동 분쟁이 지구 반대편 국가의 내부 정치와 사회 갈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 점입니다. 호주는 엄격한 총기 규제로 알려진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쇼핑몰 흉기 난동 사건에 이어 또다른 대형 참사를 맞이하며 사회적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해 있습니다. 사건의 조사가 진행되며 범행 동기와 배후가 보다 명확해지겠지만, 이미 잃어버린 생명과 상처받은 공동체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