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넘어선 호르무즈 탈출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숨이 막혔던 호르무즈 해협에서 우리 선박들이 속속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중동 전쟁 직후 해협에 고립되었던 한국 선박 26척 가운데 절반인 13척이 무사히 통과에 성공했는데요. 특히 지난 22일 이후 사흘 사이에만 11척이 집중적으로 이동하면서 탈출 속도가 크게 붙었습니다.
이 같은 통과 속도는 주요국 가운데 상당히 빠른 편입니다. 같은 기간 일본 선박은 45척 중 8척만 빠져나와 37척이 여전히 해협 안에 남아 있는 상황인데요. 한국 선박들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서며 다른 나라들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현재 남아 있는 우리 선박은 13척이며, 외국 선박에 승선 중인 인원을 포함한 한국인 선원은 총 87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나무호 사건과 원칙 있는 외교가 통했다
이번 탈출의 배경에는 정부의 끈질긴 양자 외교가 있었습니다. 외교부는 지난달 발생한 나무호 피격 사건과 관련해 이란 측에 강하게 항의한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당시 정부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사실상 이란을 공격 주체로 지목하고 주한이란대사를 초치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는데요. 이란이 이에 대한 성의를 보인 결과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또한 정부는 이란이 전쟁 중에도 계속 주장했던 호르무즈 통과 비용 지불 요구에 대해 처음부터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원칙을 지키면서도 대화를 끊지 않은 점이 이번 결과를 만든 중요한 요인으로 보입니다. 사태 초기부터 외교장관 간 4차례 통화와 특사 파견 등 각급 채널을 통해 이란과 소통을 이어왔고,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 체결 이후에는 외교적 역량을 집중해 우리 선박의 안전한 통과를 이끌어냈습니다.
남은 13척과 새로운 변수들
물론 아직 해협을 빠져나와야 할 선박들이 남아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500여 척의 선박이 통과를 기다리고 있어 병목 현상이 심각한데요. 여기에 기뢰 설치 문제까지 겹쳐 하루 평균 30여 척만 통과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다행히 영국과 프랑스가 기뢰 제거 지원을 밝혔고, 이란도 필요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아 안전한 항로 확보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편, 따개비라는 해양생물이 유조선 바닥에 달라붙어 운항에 차질을 빚는 문제도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선원들의 안전과 원활한 해상 물류를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협력과 함께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정부는 해양수산부 및 재외공관과 연계해 잔여 선박들의 조속한 귀환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