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의 핵심 요인, 고환율
환율 고공행진이 한국 경제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최근 내년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 조정했는데요, 평균 1.9%를 전망하며 한 달 전보다 0.1%포인트 올렸습니다. 고환율이 시차를 두고 수입물가를 거쳐 생활물가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공통적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중후반대를 유지하면서 석유, 곡물, 수입 농축수산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이는 결국 가공식품과 외식비 등 소비자가 직접 체감하는 부분까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죠.
한국은행도 같은 우려를 공유합니다. 올해와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을 각각 2.1%로 상향 조정했고, 이창용 총재는 고환율이 추가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계했습니다. 실제로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하며, 8월(1.7%) 이후 꾸준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성장률은 낙관론 속에 소폭 상향
흥미로운 점은, 물가 우려와 별개로 성장 전망에 대해서는 일부 낙관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는 겁니다. 주요 IB들의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평균치는 2.0%로, 한 달 전보다 0.1%포인트 상향됐습니다. 한국은행의 전망치(1.8%)를 웃도는 수치인데요, 반도체 호황과 이에 따른 소비 회복세가 주요한 상승 동력으로 꼽힙니다. 노무라증권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자산가격 상승, 민간소비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하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물론 모든 기관이 낙관적인 건 아닙니다. JP모건은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와 HSBC는 1%대 전망을 유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흐름은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소폭 성장'이라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정책 당국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 당국, 특히 한국은행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으로는 반도체를 필두로 한 경기 회복 흐름을 저해하지 않아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고환율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을 관리해야 하는 이중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물가 상승률(2.4%)은 한국은행의 목표 통폭(2%)을 상회하고 있으며,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이 수치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고환율의 지속 여부와 그 파장의 심화 정도에 달려 있습니다. 환율이 현재 수준에 머문다면, 수입 인플레이션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고, 이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겨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내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반도체 호황이라는 밝은 요인과 고환율·물가 상승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공존하는 가운데, 내년 한국 경제는 균형 잡기가 한층 어려워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