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세 노인 퇴거에 백기 든 스페인, 2030년까지 강제퇴거 금지

한연마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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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수정 · 2026년 9월 30일 오후 6:48

발행: 2026년 9월 30일 오후 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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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정부가 2030년까지 세입자 강제퇴거를 금지하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70년간 살던 집에서 퇴거당한 87세 노인의 사연이 전국 시위로 번진 결과인데요. 벌처펀드의 투기 목적 주택 매입 제한과 임대차 계약 자동 연장 등 다섯 가지 조치가 담겼지만, 의회 과반 확보가 불투명해 통과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87세 노인의 퇴거가 부른 거리 시위

1956년 아버지가 마련한 마드리드의 아파트에서 70년 가까이 살아온 마리카르멘 아바스칼은 2018년 건물주가 바뀌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월세가 500유로에서 2650유로로 뛰었고, 연금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죠. 결국 법원의 강제퇴거 명령으로 집을 떠나 병원에 입원했고, 이 사연이 알려지자 국민의 분노가 거리로 번졌습니다.

마드리드 푸에르타 델 솔 광장에는 수백 개의 텐트가 들어섰고, 시위는 바르셀로나와 세비야, 말라가 등으로 확산됐습니다. 마드리드 세입자 조합은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됐다며 전국 단위 시위를 예고했죠. 한 노인의 퇴거가 스페인 주거 문제 전체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셈입니다.

정부가 꺼내 든 다섯 가지 카드

스페인 정부는 2030년까지 세입자 강제퇴거를 금지하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2028년까지 임대 계약을 자동 연장하고, 부실 자산을 헐값에 사들여 임대료를 올리는 이른바 벌처펀드의 투기 목적 주택 매입도 막겠다는 겁니다. 단기 임대와 방 단위 임대 규제 강화, 관광객 대상 임대 아파트에 대한 세금 인상, 일반 임대인과 세입자를 위한 세제 혜택까지 다섯 가지 조치가 담겼습니다.

보건부 장관 모니카 가르시아는 이번 조치가 500만 명이 넘는 세입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시위 덕분에 대책이 가능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임대차 계약을 자동 갱신하도록 하는 두 번째 법안 역시 취약 가구를 겨냥한 겁니다.

통과까지는 험로

연립 정부는 의회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법안 통과가 불확실합니다. 국민당의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는 8년 동안 스스로 만든 문제를 임기 연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했고, 카탈루냐 민족주의 정당 준츠는 소규모 임대인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모든 임대인을 한 바구니에 넣는 것은 실수라고 지적했습니다.

시장 상황도 만만치 않습니다. 올해 2분기 집값은 전년 대비 12.2% 올랐고, 중앙은행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필요한 물량보다 주택이 75만 채 부족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아바스칼의 변호인은 매달 500유로를 8년간 지급하는 조건으로 그가 집에 돌아갈 수 있는 예비 합의안을 제시한 상태입니다. 공급 부족과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스페인 주거 정책은 당분간 격랑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