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부친상에 잠시 멈춘 여야 대립
조희대 대법원장의 부친 조부환 씨가 지난 8월 30일 향년 93세로 별세하면서 정치권이 일제히 조문 행렬을 이어갔습니다. 경북 포항성모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여야 지도부와 사법계 인사들의 발길이 이어졌는데요. 이재명 대통령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을 보내 위로의 뜻을 전했고,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직접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습니다.
김민석 대표는 조 대법원장과 약 20분간 대화를 나눴으며, 대법관 재제청 문제 같은 정치적 현안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김 대표는 당내에 장례 기간 동안 조 대법원장에 대한 직접적 호명이나 공적 거명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도 예정됐던 현안질의를 전면 취소하며 조문 분위기에 동참했습니다.
대법관 재제청 갈등은 잠시 숨 고르기
사실 이번 부친상은 조 대법원장과 여권이 대법관 재제청 문제로 팽팽히 맞서던 와중에 전해졌습니다. 청와대는 손봉기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재제청을 요구했고, 대법원은 헌법에 따른 독립적 제청권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었죠. 부친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권의 대법원 공세는 일시적으로 멈췄고, 예정됐던 법사위 현안질의도 모두 취소되었습니다.
다만 이 갈등의 근본적인 뿌리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각자의 권한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조 대법원장 역시 이번 주 중 재제청 관련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으나 부친상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게 되었습니다. 빈소를 찾은 서영교 법사위원장도 재제청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전해졌습니다.
장례 이후에도 남은 쟁점
장례 기간이 끝나면 대법원과 여권의 대립은 다시 표면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조 대법원장의 부친은 9월 1일 발인 예정으로, 이후 조 대법원장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됩니다. 대법관 제청권을 둘러싼 헌법적 해석 차이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 장례 이후 갈등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유가족을 위로한 이번 조문 행렬은 정치적 공방을 잠시 멈추는 예우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사법부 수장과 행정부 간의 갈등이 장례를 넘어 어떤 형태로 전개될지, 정치권의 시선은 여전히 대법원을 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