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30살, 극약 처방 내놓은 거래소
1996년 '한국판 나스닥'을 표방하며 문을 연 코스닥 시장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습니다. 네이버와 엔씨소프트 등 혁신 기업을 배출하며 IT 버블 시기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시장은 이제 '개미지옥'과 '동전주 시장'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자금이 코스피 대형주로 쏠리면서 코스닥 지수는 860대까지 밀렸고, 부실기업의 상장 폐지 지연이 불공정 거래에 악용되는 사례가 반복되며 시장 신뢰도는 바닥을 쳤습니다. 코스피가 상승할 때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급락하며 양극화도 심해졌는데요. 이런 위기감 속에서 한국거래소는 부실기업 퇴출과 시장 구조 개편이라는 극약 처방을 꺼내 들었습니다.
동전주 퇴출부터 승강제까지…구체적 처방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이른바 '동전주'에 대한 상장 폐지 기준 강화입니다. 주가가 1,000원 미만인 종목이 30거래일 연속 유지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이후 90거래일 안에 45거래일 이상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됩니다. 시가총액 요건도 기존보다 강화되어 200억원 미만은 상장 폐지 대상이 되고, 2027년부터는 300억원으로 기준이 더 높아집니다. 또한 기업의 실적과 규모, 지배구조에 따라 프리미엄, 스탠더드, 관리군으로 나누는 코스닥 승강제가 도입되어 코스피 이전 상장도 원활해질 전망입니다. 혁신 기업을 위한 맞춤형 지원도 확대되어 AI와 바이오, 반도체는 물론 첨단로봇과 K콘텐츠, 사이버보안 분야까지 심사 기준이 넓혀졌습니다.
"리밸런싱 그쳐" 시총 구조 재편 과제 남아
하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이번 개편이 단순한 수치 조정, 즉 '리밸런싱'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코스닥 시장 내 시가총액이 상위 일부 대형주에 과도하게 집중된 양극화 현상이 여전히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승강제가 코스피 이전은 편리하게 만들어줄지 몰라도, 코스닥 자체의 체질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외형적 규모를 넘어 내실 있는 성장을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코스닥 셀렉트 제도 등을 통해 우량 기업을 분류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근본적으로 시총 구조를 재편하고 중소형주가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겁니다. 옥석 가리기와 퇴출 강화가 시장 신뢰를 회복할 발판이 되려면 투자자 보호 장치도 충분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