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세를 거부한 네팔, 그 후에도 이어지는 수색
지난 8월 26일 네팔을 강타한 대홍수로 한국을 포함한 30여 개국 국적의 희생자가 다수 발생했습니다. 당시 각국 정부는 전문 구조대 파견을 제안했지만, 네팔 정부는 이를 단호히 거부했습니다. 이후 네팔 당국은 대응 기조를 수색에서 재건으로 전환하고 외국 긴급 구호대 규모까지 축소했는데요. 그러나 홍수로 실종된 한국인 직원 9명을 찾기 위한 민간 기업의 수색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네팔 정부가 외국 구조대를 받아들이지 않은 데는 복잡한 사연이 있었습니다. 2015년 대지진 당시 수많은 외국 구호대가 임의로 활동하면서 현지 행정이 마비되고 어린이 인신매매까지 벌어졌던 트라우마가 컸던 겁니다. 또한 지난 3월 출범한 발렌드라 샤 정부는 외세 의존을 악습으로 규정하며 주권 국가로서의 자부심을 내세웠죠.
하지만 현장 상황은 이런 의지를 받쳐 주지 못했습니다. 토사를 치울 중장비와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고, 시신 신원 확인 기술도 없어 희생자들이 학교 운동장에 며칠간 방치되기도 했습니다. 수색용 헬기도 20여 대뿐이었는데, 대부분 4인승 소형 관광용이라 실효성이 떨어졌습니다. 결국 국내외 비판이 거세지자 네팔 당국은 9월 1일이 되어서야 한국 긴급구호대(KDRT) 등을 수용했는데요. 이미 골든타임은 지나간 뒤였고, 국가의 최우선 책무인 생명 구조가 정치적 체면에 밀린 결과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정부가 손 뗀 자리를 메운 기업들
네팔 당국이 대응 기조를 수색에서 재건으로 옮기고 정부 차원의 지원이 줄어들면서, 실종자 가족과 고용 기업들의 사정은 더욱 긴박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남동발전과 두산에너지빌리티 등 한국 기업들은 자체 수색 활동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남동발전은 현지인 15명을 추가로 섭외해 육상 수색 인원을 총 91명까지 확충했습니다. 직원들이 홍수 당시 높은 곳으로 대피하는 영상을 근거로, 위어댐 인근부터 강 하류까지 산간 일대를 8개 팀으로 나눠 수색했습니다. 두산에너지빌리티는 네팔 현지에 장기 체류한 인력을 교대 투입하는 방식으로 대응팀을 20명대로 유지하며 지치지 않는 대응을 이어갔죠.
이들은 육상 수색과 함께 헬기와 드론을 낮게 띄워 강 하류에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살피고 있습니다. 정부 지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기업들이 자체 인력과 장비로 수색 공백을 메우고 있는 셈입니다. 다만 수색 장기화로 인해 대응팀의 피로도가 쌓이고 있어 인력 관리가 중요해졌습니다.
남은 희망과 숙제
네팔에서의 수색은 이제 장기전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육상팀이 지형을 하나씩 확인하고, 항공 자산으로 생존 신호를 찾는 작업은 계속되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어려움은 커집니다. 특히 고산지대와 급류가 흐르는 강 하류는 접근성이 떨어져 수색에 상당한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재난 발생 시 국가의 자립 의지와 실질적 능력 사이의 괴리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네팔 정부의 주권 의식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구할 기회를 놓친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수색이 장기화될수록 인력 교대와 현지 협력 체계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기업들의 인도적 노력과 함께 남은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