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에서 터진 '경유딜' 논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산 경유 수출 재개 조치를 "부적절하다"고 공개 비판했습니다. 이 거래로 러시아에 현금이 다시 흘러들어 푸틴 대통령의 전쟁 자금으로 쓰일 것이라는 경고인데요. "호르무즈 해협 타격을 상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푸틴 주머니에 직접 돈이 꽂히고 있다"고 지적한 겁니다.
회의에서 젤렌스키는 내년 전쟁 비용을 약 1,550억 유로, 우리 돈으로 233조 원가량으로 추산하고 그 절반에 가까운 700억 유로를 유럽이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전쟁 6년 차를 비극이라 부르며 긴급한 재정 지원을 호소한 것이죠. 그는 푸틴이 평화 협상에 응한다는 주장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에너지 휴전 무산, 스타실드 공방
배경에는 지난 10월 6일 트럼프 행정부가 선언한 '에너지 휴전'이 있습니다. 그러나 압박에도 우크라이나는 15일 러시아 랴잔 정유시설에 드론 69대와 순항미사일 4발로 공습을 재개했고, 트럼프는 "정유시설 공격은 세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젤렌스키 교체 언급까지 거론했습니다. 조기경보 제공 중단을 두고 서로 '배신'이라고 맞비난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는데요.
여기에 스타실드 위성통신 접속 장애가 백악관 지시로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갈등이 한층 커졌습니다. 젤렌스키는 장애 상황에서 드론 방어에 차질이 생겨 민간인 생명이 위험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는 "저나 일론 머스크가 한 일이 아니다"라며 부인했고, 오히려 12월 미국 G20 정상회의에 푸틴 참석을 희망하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유럽의 조심스러운 균형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미국에도 맞설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다만 미국 지원에는 감사를 표하면서도 "미국은 여러 지원국 중 하나"라며 유럽의 단합된 지원이 가장 큰 힘이라고 강조했는데요. 프랑스가 우크라이나로 들어가는 정보의 3분의 2를 제공한다고 밝힌 만큼, 유럽의 군사·정보 역할이 실제로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EU 정상들은 젤렌스키에게 트럼프에 대한 공개 비판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미국이 무기와 정보 지원을 끊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인데요. 유럽이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독자적인 지원 체계를 어디까지 구축할 수 있을지가 향후 전황의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