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의 장벽을 넘어서
정부가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 본격적인 규제 혁신에 나섰습니다. 내년부터는 도시 전체를 자율주행 실증구역으로 지정하고, 100대 이상의 완전자율주행차가 실제 도로를 달리는 '실증도시'가 조성됩니다. 이는 기존의 좁은 시범구간을 넘어 실제 운행 환경에 가까운 테스트베드를 마련하겠다는 포석입니다.
현재 한국의 자율주행차 시장 점유율은 2~3%에 그치고 기술 순위도 11위로 낮은 상황입니다. 중국의 시범운행지구가 서울 면적의 5배에 달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30㎢ 수준에 머물러 있어 기술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었죠.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자율주행자동차법' 개정을 통해 시범운행지구를 도시 단위로 확대하고, 지자체에 지정 권한을 위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지원책과 현장의 움직임
실제로 서울 중구 청계천 일대에서는 운전석 없는 자율주행 셔틀 '청계A01'이 시범 운행 중입니다. 청계광장에서 청계5가까지 이어지는 4.8km 구간을 주중에 운행하며 기술 실용성을 검증하고 있죠. 이런 현장 실험을 더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는 교통약자 보호구역에서의 자율주행 제한을 완화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한 도전적 실증을 지원할 방침입니다.
로봇 분야에서도 규제 장벽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실외 이동로봇의 안전인증 심사 항목을 16개에서 8개로 통폐합하고 심사 기간을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합니다. 주차 로봇의 경우 일반 건축물에 우선 적용한 후 아파트까지 확대하는 유연한 접근법을 채택했는데요, 이로써 신기술의 시장 진출 속도가 크게 빨라질 전망입니다.
데이터 규제 완화와 기술 개발 지원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핵심인 데이터 활용 규제도 대폭 완화됩니다. 기존에는 개인정보가 포함된 데이터에 대해 비식별 처리를 의무화했지만, 앞으로는 일정 조건 하에서 개인정보 처리를 허용할 예정입니다. 이는 AI 학습에 필요한 고품질 데이터 확보를 용이하게 해 기술 발전을 가속화할 중요한 변화입니다.
정부는 자율주행차 전용 GPU 확보와 AI 학습센터 구축 등 범부처 연구개발 지원을 확대하고, 임시운행허가 대상을 넓혀 실제 운송 서비스 환경에서 실증과 연구개발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농어촌 지역에서는 자율주행 버스 운행을 확대해 교통 취약계층의 이동 편의성을 높이는 한편 기술 실용성도 검증할 계획입니다.
도전과제와 현실적 장벽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2027년 완전자율주행 상용화 목표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력을 가진 구글 웨이모, GM크루즈도 여전히 기술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양산차에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업체도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도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AI가 학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정부는 사고책임 TF와 사회적 협의체를 연내 가동해 완전자율주행 시대에 맞는 제도 체계를 재편할 계획이지만, 기술 발전 속도와 제도 정비가 조화를 이루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안전성을 확보하는 균형점 찾기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