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 기자회견에서 대미 투자 실무합의안에 대해 "동의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당초 17일 국회 보고 후 발표될 예정이던 첫 투자 프로젝트가 하루 만에 연기된 겁니다. 3,500억 달러, 한화 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전략적 투자는 한국 입장에서 부담이 큰 사안인데요. 이 대통령은 관세 문제와 한미 관계, 일본과 대만, 싱가포르 등 다른 나라와의 합의 내용을 함께 고려해 협상에 이르렀다고 설명했습니다.
쟁점은 사업성과 자금 집행 방식입니다. 검토 중인 사업은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 223억 달러, 대형 원전 8기 건설, 알래스카 LNG 개발 등 세 가지입니다. 가스발전과 원전은 미국의 전력 수요 증가를 감안하면 상업적 합리성이 있지만, 알래스카 LNG는 약 440억 달러의 사업비와 공사 난이도, 가스 가격 변동성 때문에 불확실성이 큽니다.
선집행과 손익배분,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은 투자 SPV가 개별 프로젝트 SPV를 관리하는 엄브렐러 구조를 택했습니다. 일부 사업이 손실을 보더라도 다른 사업 수익으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할 수 있게 한 겁니다. 그런데 미국이 프로젝트별로 손익을 나누자고 요구하면서 위험 분산 효과가 희석될 우려가 나옵니다. 여기에 올해 말까지 투자금 절반을 먼저 보내라는 선집행 요구까지 더해지면서 협상이 길어지는 상황입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000억 달러 총액과 연간 200억 달러 한도는 지켜질 것이라고 했지만, 미국이 사업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총액이 넘어설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별개로 한미전략투자공사가 최대 20억 달러 규모의 첫 달러화 채권 발행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호르무즈는 '파병' 대신 '기여'
같은 날 워싱턴에서는 7개월 만에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습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대미 투자와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논의했는데요. 미국이 파병을 요구한 데 대해 한국은 '파병' 대신 '기여'라는 표현을 쓰며 영국과 프랑스 등과의 다자 협력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군수지원함과 해상초계기, 폭발물처리반, 무인 기뢰 탐색 및 제거 장비 등을 보내는 방안이 검토됐습니다. 조 장관은 국익에 반하는 결정에는 분명한 입장을 견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회담을 계기로 대미 투자 합의가 발표될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다만 쿠팡 문제와 정보통신망법 개정 같은 상업적 분쟁이 변수로 남아 있고, 핵추진잠수함과 원자력 협정 개정, 북미 대화 등 후속 협의도 예정돼 있어 한미 간 줄다리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