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으로 드러난 현장의 목소리
학교 급식과 돌봄을 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20일부터 본격적인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이번 파업은 전국 10만 명에 달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와 구조적 문제가 누적된 결과입니다. 서울, 인천, 강원을 시작으로 호남권과 영남권으로 확대되는 이번 파업으로 많은 학교에서 급식이 중단되고 돌봄 서비스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편이 예상됩니다.
교육당국은 대체 급식과 돌봄 프로그램 운영 등 비상 대책을 마련했지만, 빵과 우유로 식사를 대체해야 하는 '빵 급식' 사태가 반복되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의 부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대전 지역에서는 이미 8개월째 급식 파업이 지속되며 지역별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건강권 위협받는 급식 노동자들
급식실 노동자들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건강권 침해입니다. 고온·고습 환경과 조리흄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전국적으로 180건의 폐암 산재가 인정되었고, 전북 지역에서만 4명의 노동자가 폐암 판정을 받은 상황입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전북지역 급식실 종사자 2,269명 중 36.8%인 836명이 폐결절이나 이상 소견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노동자들은 학교급식법 개정을 통해 안전 기준과 최소 인력 기준을 법제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급식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동일한 공간에서 근무하면서도 임금과 수당 수준은 절반에 불과한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평등이 노동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학교 현장의 안정적 운영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팽팽한 노사 간 입장 차이
파업의 직접적 원인은 올해 임금교섭이 결렬되었기 때문입니다. 노동자측은 기본급 인상, 명절휴가비 격차 해소, 방학 중 무임금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교육당국은 한정된 예산을 이유로 기본급과 명절휴가비 일부 인상 외에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방학 중 무임금 문제는 오랜 기간 논란이 되어온 사안으로, 노동자들은 "생계 유지가 어려운 구조"라고 주장합니다. 경남의 경우 2022년 단체협약으로 급식종사자 상시직 전환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행되지 않아 박쌍순 지부장이 단식농성에 돌입하는 등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교육당국의 대응과 한계
각 지역교육청은 파업에 대비해 총력 대응 체제를 가동했습니다. 전남교육청은 파업대책 상황실을 설치하고, 충북교육청은 학교별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는 등 학생 학습권 보호에 나서고 있습니다. 교육부 최교진 장관은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을 존중하지만 학생 교육활동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대체 조치로는 급식의 경우 빵·우유·간편식 제공이나 도시락 지참 안내, 돌봄 서비스는 통합 돌봄 운영과 대체 프로그램 제공 등이 준비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임시조치만으로는 반복되는 파업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해결을 위한 제안과 전망
교육계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 구축과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급식 등 필수 공공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직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과 근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교파업피해방지법 통과를 촉구하며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현재 양측 모두 추가 교섭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12월 중 협상이 재개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학생들의 교육권과 노동자의 노동권이 동시에 훼손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학교 현장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노사 간 실질적 대화와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