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밤의 수용 여력 보고
12월 3일 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후 서울구치소에서는 특별한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직원 A씨가 자정이 넘은 시간에 출근해 구치소의 수용 가능 인원을 파악하고 보고서를 작성한 겁니다. 특검 수사 결과 이 행동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직접적인 지시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지시는 법무부 교정본부장과 서울구치소장을 거쳐 전달되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A4 한 장 분량으로, 수도권 구치소에서 약 3,600명을 추가 수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특검은 이 같은 수용 여력 파악 행위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단전·단수 지시'와 유사한 성격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공무원에게 본래 의무가 아닌 업무를 지시한 점에서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조직적인 증거 인멸 의혹
더욱 충격적인 건 보고 이후 벌어진 일입니다.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은 이 '3,600명 문건'을 박성재 전 장관에게 보고한 후, 포렌식 분석으로 복구가 불가능한 '안티포렌식' 앱을 사용해 파일을 삭제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데이터 복구를 차단하는 특수 프로그램까지 동원한 점에서 특검은 당시 행위가 비정상적임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신 전 본부장은 해당 문건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박 전 장관에게 전송한 뒤, 자신의 휴대전화와 법무부 직원의 파일에서 모두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검은 박 전 장관과 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에서 문건 관련 기록이 삭제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계엄 정당화 문건 작성
계엄 선포 다음 날인 12월 4일에는 더욱 놀라운 사실이 있었습니다. 현직 검사가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문건을 작성해 텔레그램으로 보고한 겁니다. 특검은 박 전 장관 등의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권한 남용 문건 관련' 파일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문건은 민주당의 입법권·탄핵소추권·예산심의권 남용을 지적하며 '입법 독재' 논리를 펼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문건에는 다수당인 민주당이 수적 우위를 이용해 법률안을 일방 처리하고, 행정부 기능을 마비시켰다는 주장이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었는데요, 이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이유로 내세웠던 논리와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삼청동 안가회동 연결고리
박성재 전 장관은 이 정당화 문건을 전달받은 지 10분 만에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에서 김주현 전 민정수석, 이완규 전 법제처장,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등 최측근들과 회동에 참석했습니다. 특검은 문건 작성과 회동 참석 사이의 시간적 연관성에 특히 주목하고 있습니다. 박 전 장관이 불법 계엄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문건을 검사에게 작성하도록 지시했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박성재 전 장관 측은 수용 여력 파악이 '계엄 비상상황에 대비한 통상적인 지시'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특검은 국가 비상상황 대비 훈련 계획과는 명백히 다른 점을 지적하며 그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구치소는 지난 11월에도 유사한 훈련을 실시한 바 있지만, 당시 훈련은 20명 규모로 진행된 반면 이번 보고는 훨씬 큰 규모의 수용 가능 인원을 확인한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수사 전망과 파장
특검은 박성재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재청구할 계획입니다. 수용 여력 파악 지시부터 정당화 문건 작성, 증거 인멸 의혹까지 12·3 불법 계엄 당시 법무부의 역할을 둘러싼 의혹들이 하나둘씩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번 수사 결과는 당시 사건의 진실 규명은 물론, 향후 유사 상황에서의 공무원 행동 기준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포렌식 분석까지 차단하는 수준의 증거 인멸 시도가 확인되면서, 특검 수사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법무부와 구치소 지휘계통을 통한 지시 하달 경로가 구체적으로 특정된 만큼, 향후 수사 진행에 따라 추가적인 혐의점이 드러날 가능성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