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갈등 속 안보 협의 서두르는 이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재부과 압박이 한미 관계 전반을 위협하는 가운데, 안보 분야의 핵심 합의 이행을 위한 고위급 협의가 서둘러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과 원자력 협력 확대 등은 양국 안보 협력의 중장기 축을 이루는 사안인데요. 문제는 미국의 강력한 관세 인상 압박이 통상 영역을 넘어 이 같은 안보 협력의 물꼬까지 틀어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에 한국 정부는 관세 갈등과 안보 협의를 분리해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하고 있는 상황이죠.
실제로 아이번 캐너패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담당 수석 국장을 중심으로 한 미국 측 협상단의 방한 일정이 이달 말로 조율 중입니다. 외교·국방장관 회담(2+2)도 추진되고 있어, 양국이 안보 현안에 집중하기 위한 채널을 빠르게 가동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합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관세 합의 동요가 안보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 만큼, 정부의 촉박한 일정 조율은 사전에 불씨를 끄려는 노력으로 읽힙니다.
핵잠·원자력 협력, 세부 트랙으로 본격화
협의는 크게 세 가지 트랙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핵잠수함 도입이죠. 한국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핵잠 연료인 저농축 우라늄을 이전받기 위해 군용 특수 핵물질 이전을 허용하는 별도의 협정을 체결하려는 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민간 원자력 협정과는 다른, 안보 목적의 특별한 경로를 마련하는 것이에요. 동시에 원자력 협정 개정을 통한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논의도 본격화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청와대와 백악관 NSC가 총괄하며, 외교부나 국방부 등 실행 부처를 직접 조율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른바 '2+2' 회담이 추진되는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워싱턴 방문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의 만남을 통해 안보 협력의 큰 그림을 그리고, 실무 협의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핵잠 도입의 구체적인 시간표를 미국 측에 제시하며 실질적인 이행 계획을 논의할 전망이죠.
중간선거 앞둔 미국, 협상 동력 유지될까
현재의 협의 가속화에는 미국 정치일정에 대한 고려도 깔려 있습니다. 올해 실시되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 동력과 관심사가 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에요. 정부가 구체적인 협의 타임라인을 제시하려는 이유도 협상 창구가 좁아지기 전에 최대한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서입니다. 한편, 미국의 통상 정책이 완고하게 보이지만 다른 사례에서는 유연한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이 대만과 체결한 무역 합의가 대표적인데요, 상호 관세를 대폭 인하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는 미국이 전략적 중요성을 인정하는 동맹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는 관세 카드를 단순한 압박 수단 이상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대만 반도체 기업들의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이 합의와 맞물린 점도 주목할 부분이죠. 따라서 한국도 안보 협력이라는 전략적 가치를 명확히 부각시키면서, 관세 문제를 포함한 통상 현안을 포괄적으로 풀어나가는 교묘한 외교가 필요해 보입니다. 모든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이번 고위급 협의들은 한미 동맹의 새로운 안보 패러다임을 구체적인 실행 계획으로 채워가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