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참배 둘러싼 일본 정권의 엇갈린 행보
일본 집권 자민당의 핵심 간부들이 오는 8월 15일 광복절에 맞춰 야스쿠니 신사를 집단 참배할 방안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스즈키 슌이치 간사장과 아리무라 하루코 총무회장 등 이른바 당 4역이 한데 모여 참배를 검토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요. 자민당이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를 보이는 가운데,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오히려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 중의원 시절부터 매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왔고 총재 선거 때도 취임 후 참배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구마모토 지진 수습을 명분으로 참배를 보류할 전망입니다. 이는 최근 개선 조짐을 보이는 한국과의 관계나 한미일 3국 공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현직 총리의 마지막 직접 참배는 2013년 아베 신조 전 총리 때였는데, 당시 주변국들의 강력한 반발과 미국의 우려가 있었던 점을 상기하면 다카이치 총리의 고뇌가 엿보입니다.
전몰자 추도식과 역사 인식의 수위
야스쿠니 신사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비롯해 약 246만 명의 위패가 안치된 곳입니다. 이 때문에 일본의 군국주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현직 정치인의 참배는 주변국과의 외교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민감한 사안이죠. 이번에 당 4역이 집단 참배를 추진하는 것은 연말에 예정된 3대 안보문서 개정을 앞두고 강경 보수층을 결집하려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이시바 시게루 전 일본 총리는 닛케이 인터뷰에서 전혀 다른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는 전몰자 추도사에서 반성이라는 표현이 사라진 현실을 비판하며, 반성 없이는 진정한 교훈을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시바 전 총리는 시간이 흐르면 잊힌다는 것은 가해자의 논리일 뿐이며, 피해를 입은 쪽은 결코 잊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1995년 무라야마 담화의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현재 일본인이 직접 사죄할 입장은 아니더라도 당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인식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래를 위한 과거사 인식의 무게
이시바 전 총리는 100년 뒤 일본 인구가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들고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부상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상대적 위상은 더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이런 변화 속에서 과거를 정직하게 직시하는 것이 일본이 앞으로 살아남기 위한 중요한 열쇠라고 역설했는데요. 이처럼 일본 내에서도 과거사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자민당 지도부의 집단 참배 추진은 한일 관계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직접 참배는 하지 않더라도 개인 명의 공물 봉납 여부와 추도식 메시지의 수위에 따라 외교적 파장이 달라질 것입니다. 특히 그가 과거 무라야마 담화 무효화와 침략 전쟁 반성 부정을 주장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추도식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변국들이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