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의 죽음의 문턴에서 살아남은 101세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랜 시간을 감옥에서 보낸 남성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프랜시스 클리퍼드 스미스는 지난 6월, 101세의 나이로 코네티컷주의 한 요양시설에서 잠든 채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는데요. 그는 사형 집행 직전에만 여덟 번이나 마지막 식사를 받아야 했던 인물로, 미국 법정사에서 기록적으로도 유례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1949년 한 요트클럽 경비원이 살해된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이후 무려 76년을 수감 생활하며 평생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76년 감옥살이와 끝없는 결백 호소
스미스는 1950년 배심원단으로부터 1급 살인 유죄 평결과 함께 사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하지만 판결 이후 사건의 전모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공범의 플리바기닝과 목격자들의 증언 번복, 체포 경찰관의 무죄 증언, 다른 수감자의 자백 등이 이어졌습니다. 사형 집행은 총 여덟 차례나 미뤄졌고, 1954년 전기의자에 앉기 불과 두 시간 전 종신형으로 감형되었습니다. 이례적인 상황 속에서 그는 여덟 번이나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어야 했습니다.
수감 기간 동안 스미스의 삶은 조용하면서도 파란만장했습니다. 오스본 교도소에서 새들에게 빵을 나눠주어 '버드맨'이라 불렸을 만큼 평범한 일상을 보냈지만, 1967년 탈옥 후 열두 만에 검거되었고, 1974년에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잠시 귀가했다가 스스로 복귀했습니다. 1975년 짧은 가석방 후 경미한 혐의로 다시 수감되었으며, 이후 수십 년간 가석방을 거부하다 2020년에야 요양시설로 이송되었습니다. 70년이 넘는 감옥살이는 결백을 주장하는 한 인간의 고독한 투쟁이었으며, 동시에 미국 교정시스템의 그늘진 단면을 보여주는 기록이기도 했습니다.
교도소가 노인 요양원이 되는 사이
스미스의 죽음은 미국 사회에 잠재된 또 다른 문제를 끄집어냈습니다. 바로 교도소 안의 급속한 고령화인데요. 루이빌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21년 사이 미국 내 55세 이상 수감자는 무려 400%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2030년이면 전체 수감자의 3분의 1 이상이 50세를 훨씬 넘는 나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고령 수감자들을 위한 맞춤형 의료와 돌봄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교도소가 사실상 노인 요양원 역할을 하게 되는 상황은 인도적 비용을 넘어 재정적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위험성이 낮은 고령 수감자를 중심으로 한 가석방 제도 확충 이른바 '스마트 탈수감' 정책의 필요성을 다시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스미스의 삶은 한 번의 사건으로 시작해 여덟 번의 사형 유예와 76년의 철창, 그리고 101세의 노환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의 무죄 여부는 더 이상 법정에서 밝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그의 이야기가 남긴 것은 미국 법정사의 한 획과 함께, 교도소라는 공간이 이제는 노인들의 건강과 죽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무거운 질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