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공 동지, 대통령 두 사람의 만남
2026년 7월 27일, 이재명 대통령이 브라질리아 대통령 관저를 방문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11년 만의 브라질 국빈 방문인 만큼 의례가 남다르긴 했지만, 회담의 중심에는 두 사람의 이색적인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어린 시절 공장에서 일했던 '소년공' 경험입니다. 이 대통령은 성남의 공장에서 프레스 기계 사고로 왼팔에 평생 남을 장애를 얻었고, 룰라 대통령은 금속공장 선반공 시절 산업재해로 왼손 새끼손가락을 잃었다고 합니다. 두 정상은 이 같은 경험이 더 많은 사람이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무감의 원천이 되었다고 같이 공감했습니다.
핵심광물부터 방산까지, 전방위 협력 확대
회담의 공식 의제는 경제와 안보로 나뉘었습니다. 경제 쪽에서는 세계 2위의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한 브라질과의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이 가장 큰 화제였습니다. 양국은 단순한 자원 확보를 넘어 채굴, 정제, 가공에 이르는 공급망 전 주기에 걸친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특히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2021년 이후 중단됐던 한국-메르코수르 무역협정 협상을 재개하기로 뜻을 모았고, 브라질 부통령과 청와대 정책실장을 축으로 하는 고위급 실무 그룹이 신설돼 협상의 속도를 높일 예정입니다. 한국은 자동차, 철강, 전자제품의 남미 시장 진출을, 브라질은 농축산물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 투자 확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방산 분야에서는 올해 하반기 방산공동위원회를 출범하기로 했고, 한국 공군이 도입하는 브라질 엠브라에르사 C-390 수송기에 우리 기업 부품이 탑재된 사례를 협력의 상징으로 꼽았습니다. 여기에 우주 협력 MOU를 통해 민간 발사체 발사 절차가 간소화됐고, 룰라 대통령은 9월 알칸트라 발사기지에서 양국 공동 발사체를 쏘는 행사에 이 대통령을 깜짝 초청하기도 했습니다.
노동자의 정체성, 외교의 새로운 언어
이번 회담에서 눈에 띄는 건 외교가 반드시 첨단 이슈만으로 구성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두 정상은 모두 사회 최하층 출신이라는 데서 정서적 유대를 확인했고, 극단적 세력의 공격을 이겨낸 경험을 공유하며 민주주의와 대화의 가치를 재확인했습니다. 룰라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고, 양국은 AI와 기후변화 대응에서도 공통 인식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메르코수르 협상의 경우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둘러싼 국내 업계 반발과 회원국 간 이해관계 조율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어 향후 실무 협상이 본격화될수록 진통이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