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판단, 실체적 경합과 상상적 경합의 갈림길
지난해 7월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일어나 9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5명에게 부상을 입힌 역주행 대형 참사에 대한 법적 책임이 최종적으로 확정됐습니다. 대법원은 2심이 선고한 금고 5년형을 최종 확정하며, 피고인 차 씨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사고가 운전자의 과실로 인한 것임을 재확인했지만, 1심과 2심의 판단을 갈랐던 ‘경합 범죄’ 해석의 법리가 최종적으로 굳혀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운전자가 낸 각각의 피해를 별개의 범죄 행위로 봤습니다. 보행자를 치고, 다른 차량을 충돌시키는 과정이 각기 다른 법익을 침해하는 개별적인 범죄라는 겁니다. 이를 ‘실체적 경합’으로 보아 가장 무거운 죄의 형량에 가중 처벌을 적용해 법정 최고형인 금고 7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다른 시각을 보였습니다. 운전자의 가속 페달 오조작이라는 하나의 실수에서 비롯된 연속된 결과라고 판단한 거죠. 따라서 여러 죄를 저질렀더라도 ‘상상적 경합’에 해당한다며 가장 무거운 죄의 형량인 금고 5년으로 감형했습니다.
급발진 주장과 무너진 변호
사고 직후 운전자 차 씨는 일관되게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을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주장을 단호히 배제했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사고 발생 5초 전부터 제동페달은 전혀 작동하지 않은 반면, 가속페달은 최대치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이 데이터는 운전자가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페달을 지속적으로 밟았다는 명백한 증거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법원은 차량 결함을 의심할 만한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며, 운전자의 운전 부주의가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하나의 운전, 수많은 아픔
대법원이 2심의 판단, 즉 ‘상상적 경합’을 지지한 것은 이 사고의 특수한 성격을 반영합니다. 운전자가 호텔 지하주차장을 나와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며 인도로 돌진한 일련의 사건은 불과 수십 초 안에 벌어진 연속된 과정이었습니다. 법원은 ‘사회관념상 하나의 운전 행위’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본 것이죠. 이는 형사법에서 ‘행위의 단일성’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해석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결과의 수만큼 형을 가중하는 것이 아니라, 범행의 동기와 실행 과정의 연속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셈입니다.
남겨진 교훈과 안전 의제
이번 판결로 1년 반 가까이 이어진 사건의 법적 절차는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시청역 참사는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와 중요한 질문을 남겼습니다. 사고 이후 해당 지역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횡단보도 확장, 보호 펜스 설치 등 물리적 안전 대책이 강화되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천이나 인천에서와 같은 유사한 차량 돌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기술적, 물리적 안전 장치만으로는 모든 사고를 막을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운전자, 특히 고령 운전자의 인지 능력과 반응 속도를 점검하고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에 대한 고민이 여전히 필요해 보입니다. 한 순간의 실수가 가져올 수 있는 참혹한 결과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은 이번 판결을 통해 다시 한번 되새겨져야 할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