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개봉 19일째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며 누적 관객 71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같은 시기 마블의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가 812만 명을 기록 중인데요, 두 작품이 올여름 극장가를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셈이죠. 특히 '오디세이'는 올해 최단기간 700만 관객을 넘어선 '스파이더맨'과 같은 속도로 성장하며 천만 영화 등극이 유력해 보입니다.
19일 연속 정상과 아이맥스 열풍
'오디세이'의 흥행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선 현상입니다. 전편을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덕분에 CGV 용산아이파크몰 등 특별관에 관람객이 몰렸고, 예매 시작일에는 애플리케이션 접속 지연까지 빚어졌습니다. 심지어 예매에 실패한 이들이 장당 4만 원에서 최대 30만 원의 암표를 거래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죠. 현재까지 아이맥스 관객만 67만 명에 달하며, 전체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기가 스크린쿼터제와 정면으로 부딪혔습니다. 현행법상 영화관은 연간 상영일의 5분의 1인 73일을 한국 영화에 배정해야 하는데, 용산 아이파크몰 같은 특별관도 예외가 아닙니다. 현재 해당 극장의 한국 영화 상영일은 35일에 불과해서 앞으로 38일을 더 채워야 하는 상황인데요. 이는 곧 '오디세이'의 아이맥스 상영 기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이를 두고 영화계에서는 산정 기준을 스크린에서 극장 단위로 바꿔 특별관은 외화를, 일반관은 한국 영화를 탄력적으로 편성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기준을 완화하면 특별관마저 외화에 쏠려 한국 영화가 특수 포맷으로 제작할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팽팽합니다. 결국 관객의 선택권과 국산 영화 보호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게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고대 서사시가 현대를 비추다
'오디세이'의 파급력은 극장 밖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 영화가 고전 원작에 대한 독서 열풍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이민과 이주 문제를 논의하는 문화적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PBS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매체들은 고대 그리스의 환대 개념인 '크세니아'가 현대 사회의 포용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집중 조명했죠.
서울대 인문학연구원의 김헌, 안재원 교수도 각각 다른 관점에서 작품을 해석했습니다. 김 교수는 영화가 원작의 복잡한 영웅 대신 백인 프로테스탄트적 가치관을 반영한 현대적 영웅상을 그렸다고 분석했고, 안 교수는 외눈박이 폴리페모스를 자연으로 읽으며 기후변화에 대한 은유를 찾았습니다. 3,000년 전 이야기가 오늘날의 정체성, 환경, 윤리적 질문을 던지는 거울로 작용하고 있는 겁니다.
천만 영화를 향한 남은 관문
흥행 속도만 보면 천만 관객 등극이 충분히 가능해 보입니다. '오디세이'는 '왕과 사는 남자'보다 빠르게 700만 고지를 밟았고, 예매율도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누적 수익 역시 14억 달러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 흥행 R등급 영화 자리를 지키고 있죠.
다만 국내에서는 스크린쿼터제라는 변수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관객들이 아이맥스의 압도적인 화질을 경험할 기회가 줄어들면 흥행 동력이 예상보다 빨리 둔화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미 쌓인 입소문과 놀런 감독의 브랜드 파워만으로도 일반관 상영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결국 '오디세이'가 천만 관객을 넘어서느냐는 단순한 숫자 문제를 넘어섰습니다. 이 영화는 한국 영화 산업의 제도적 한계와 현대 사회가 직면한 근원적 질문을 동시에 드러난 이슈작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입니다.